기업銀 30년 거래銀 외면때'도움'…업계1위 '보답'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1.10.12 05:00

[세기의 짝꿍-100년 은행 100년 기업의 따뜻한 동행]<6> 기업은행-이노블록

편집자주 |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주도해 온 기업의 뒤엔 은행이 있다. 기업가 정신과 은행의 실물지원이 결합한 성취가 '경제발전'이었다. 은행과 기업은 동반자다. 상생 협력과 공생의 모델이다. 실제 기업과 은행의 끈끈한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는 적잖다. 수십 년 씩 장기간 거래를 지속해 온 기업과 은행의 관계는 '이해타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과 의리가 묻어 있다. 금융과 실물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은행과 기업의 동반자 관계를 조명하고 역사와 현재, 미래를 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지방 지점과 소기업의 만남부터 은행과 대기업의 거래, 금융과 실물의 소통까지 아우를 예정이다.

기업은행과 친환경 보도블록업체인 '이노블록'의 인연은 길지 않다.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인 연을 맺기 시작했으니 만 6년이 채 안 된다. 그렇지만 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노블록은 4년 만에 당당히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히든스타', 말 그대로 숨어있는 스타를 발굴해서 키워낸 것이다.
↑10일 경기 화성의 이노블록 본사에서 IBK기업은행 김영희 발안산단 지점장(왼쪽)과 이노블록 한용택 대표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 30년 거래 은행도 대출 거절…기업銀만 손 내밀어

이노블록은 지난 1971년 안양에 조그만 벽돌공장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경영 2세대인 지금의 한용택 대표가 2005년 이노블록으로 사업명을 바꾸고 특수블록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에 천편일률적인 빨간 벽돌이 아니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디자인도 다양화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특수볼록 시장 진출이 말처럼 쉬웠던 것은 아니다. 당시 벽돌사업은 사양사업이었다. 한용택 대표가 여러 시중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30년을 거래하던 주거래 은행마저 한 대표를 외면했다. 그 때 손을 잡아 준 곳이 기업은행이다. 한 대표는 기업은행의 도움으로 50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같은 업계 사람들마저 한 대표의 선택에 대해 미쳤다고 할 정도로 당시 사업 성공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이었다.

한 대표는 그 때 이후 미친 듯이 국내외를 뛰어다녔다. 일본, 미국 등지로 가서 우수한 업체와 생산기술협력 제휴를 체결했다. 어느 날은 국내서 영업을 위해 하루에 차를 900km까지 몰기도 했다. 한 대표는 남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마음뿐이었다. 죽기 살기로 2년을 뛰어다닌 결과 2007년부터 매출이 점점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2006년 42억원의 매출은 2007년 65억원, 2008년에는 100억원을 돌파했다.

기존 설비로는 주문량을 맞출 수 없는 정도로 특수 보도블록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수급이 맞지 않자 한 대표는 제 2공장 신설을 생각했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때도 한 대표의 손을 잡아준 것은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은 공장 건립에 필요한 200억원 중 약 150억원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150억원이라는 돈을 대출해준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다. 더욱이 그 때는 금융위기 직후로 대부분의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으로부터 돈을 회수하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 대출을 결정한 김영희 기업은행 발안산단지점장은 대출뿐만 아니라 공장부지 물색에서 계약 체결까지 전방적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영희 지점장은 "이노블록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수시로 이노블록 공장을 방문해서 제품은 얼마나 쌓여 있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등을 평상시에 꼼꼼히 확인해왔다. 더욱이 김 지점장은 한 대표의 일에 대한 고집과 열정을 높이 샀다.

◇ 금융위기에도 150억원 투자, 4년만에 업계 1위 도약

지난 2009년 10월 마침내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 2만2400m²의 부지에 제 2공장이 준공됐다. 보통 주문을 받은 뒤 2~3개월이 지나서 주문량을 댈 수 있었으나 공장 신설이후 빠른 물량 공급이 가능해졌다. 이에 매출액도 급격히 뛰었다.

그 해 매출 17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작년은 무려 240억원을 달성했다. 2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이노블록의 평균 영업이익은 매출액의 30%에 달한다. 총 직원 수도 채 70명이 되지 않아 1인당 생산성이 업계 1위다. 그야말로 알짜배기 기업이다.


이노블록은 지난 2006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조그만 기업체였다. 하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은 13%로 업계 1위다. 서울 잠실 주공 재건축아파트 등 강남에 신규 아파트와 주요 관공소에 깔린 블록들은 대부분 이노블록 제품들이다.

한 대표는 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보도 블록 업계의 '삼성전자'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한 대표는 "당시 신속하게 대출을 받지 못해 공장을 짓지 못했다면 국내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시점의 투자로 1위로 도약할 수 있었고 성장 기반을 잘 다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노블록은 또 중소기업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업은행을 통해 종합 경영컨설팅을 받고 있다. 세무 컨설팅을 비롯해 직원들의 동기 부여와 비전 제시 등 전반적인 컨설팅이다. 성장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외부기관을 통해서 이 같은 컨설팅을 받았다면 비용부터가 몇 천만원에 달해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은행은 그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몇 백만원으로 거래 기업에 대해 종합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이노블록은 기업은행의 가업승계 프로그램을 통해 3대 가업승계를 준비중이다. 한 대표의 장남 한상우씨(30)는 지난 4월부터 3년간의 일정으로 일본 니코사에서 기술연수를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기업들이 문제에 봉착하기 전에 컨설팅, 투자, 정보제공 등 다양한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어려움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말을 받들어서다. 강권석 은행장은 늘 직원들에게 '기업주치의(企業主治醫)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치거나 병들어 몸이 아플 때가 있다. 당연히 활력이 떨어지고 경제활동은 중지되거나 제약을 받는다. 이럴 때 의사가 필요하다. 주치의가 있다면 더욱 안심할 수 있다.

기업운영도 마찬가지다. 잘나갈 때가 있으면 불경기를 탈 때도 있다.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제날짜에 못 낼 수도 있다. 단순히 자금지원만 하는 은행이 아니라 주치의로서 기업들이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겠다는 게 기업은행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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