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술 모아 소나무 9만그루 효과냈죠"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1.10.18 10:30

[MT가 만난 건설인]남광호 SK건설 건축기술부문 팀장


- LEED 플랜티넘 인증 'SK에코랩' 책임자
- "전시용 아닌 생활속의 친환경기술 개발"


↑남광호 SK건설 건축기술부문 팀장.
"햇볕이 잘 드는 창가쪽 자리에도 똑같은 조명을 비출 필요가 있을까요. 햇볕이 있으니 조명없이도 충분히 환할 텐데요. 여기에 착안해 '차등 조명'을 개발했습니다. 창가 쪽은 조도을 낮추고 복도 쪽으로 갈수록 높이는 방식이지요.'

남광호(사진) SK건설 건축기술부문 팀장은 친환경 차등조명을 개발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 팀장은 이 같은 친환경 기술 101개가 적용된 'SK케미칼 에코 랩(ECO LAB)'의 기술부문 총괄 책임자다.

건물 벽에 물을 흘려 실내에 가습효과를 주는 방식, 천장에 열선을 깔아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 등이 남 팀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언뜻 '저렇게 사소한 기술로 과연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작다고 얕잡아 볼 일은 아니다. 자잘한 친환경 기술이지만 여러 개 모이니 에너지 사용량을 44% 가량 줄였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기존 건축물에 비해 33% 정도 줄었다. 이는 소나무 9만4000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미국 친환경 인증기관(USGBC)으로부터 LEED(미국 친환경건축물 인증제) 플랜티넘 인증을 받은 이유다.

LEED 인증이란 미국 친환경 관련 전문가 단체인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지속가능한 토지 △효율적인 수자원 이용 △실내 쾌적 환경 등 6개 분야 35개 항목을 평가한 것이다.


110점 만점에 52∼69점을 획득할 경우 플랜티넘 등급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오피스로 LEED 플랜티넘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SK케미칼 에코 랩'이 유일하다.

최초이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리나라와 미국 제도가 자꾸 부딪혔다. 이를테면 미국의 친환경 기준에 맞추려면 주차공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건축물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양국의 제도적 차이를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2년을 고생한 끝에야 국내 최초 LEED 플랜티넘 등급 인증을 받는데 성공했다.

SK건설이 이토록 LEED 플랜티넘 인증에 정성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남 팀장은 "중동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친환경 건축물 기준을 훨씬 까다롭게 적용한다"며 "발주처가 친환경 건축물 경험을 확인할 때 당당하게 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아토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제주 병원 의사에 '에크 케어센터(ECO CARE CENTER)'에 관한 공동 연구를 제안받았다"며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요구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고 강조했다.

SK건설의 친환경 모토는 '실천하는 그린(Green)'이다. 전시용 친환경이 아닌 생활 속에서 구현되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남 팀장은 "온갖 기술이 구현된 샘플하우스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없지 않겠지만 사람이 실제 사는 공간에서 친환경을 구현하고 연구하는 게 더 의미 있다"며 "현실과 맞닿아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게 SK건설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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