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외국기업 IPO주관시 의무투자...중소형사 불만 고조

더벨 정준화 기자 | 2011.10.10 11:15

자기자본력 갖춘 대형사에 유리...공정 경쟁 인위적 가로막기

더벨|이 기사는 10월07일(11:3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때 주관사가 공모금액의 일정수량을 의무적으로 인수해야하는방안이 나오자 중소형 증권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자기자본금이 비교적 넉넉한 대형 증권사에게 유리한 이 방안은 사실상 중소형 증권사들이 외국기업 상장을 주관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또 공모가를 낮춰 최대한 위험을 줄이려는 증권사와 높은 가치를 받으려는 발행사와의 이해 관계가 엇갈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내 IB, 톱티어와 세컨티어 인위적 가르기?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외국기업 상장 관련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 강화의 일환으로 증권사가 외국기업 상장을 주관할 경우 공모주식의 일정 수량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주관 증권사가 공모 물량의 10%를 6개월간 의무 보유하는 방안을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이같은 방안은 증권사들이 주관하는 외국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게 되면 보다 책임감을 갖고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또 주관 업무를 맡긴 발행사의 입맛에 맞게 공모가를 기업가치 이상으로 높게 평가할 수도 없게 된다.

일단 자기자본이 여유로운 대형사들은 이같은 취지에 공감하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대형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그동안 국내 증시에 입성한 중국기업들의 회계나 공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관사의 책임론이 불거졌다"며 "(주관사가) 직접 투자를 하게 되면 책임감도 강해지고 더 정교한 실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사들의 입장은 대형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모금액의 10%를 자기자본이 취약한 중소형사가 의무적으로 투자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 특히 국내 IPO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니치 마켓(틈새 시장)을 찾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의무 투자 방안은 치명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예컨대 공모규모가 500억~1000억원 정도면 주관사가 50억~1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인데 중소형사에게는 너무나 과중한 금액"이라며 "사실상 대형 증권사들만 외국기업 상장 작업에 참여하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업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르란 법은 없다"며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시장이 나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중소형사가 이런 불확실성까지 의무적으로 수용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를 (IPO 분야에서) 의도적으로 대형사 중심의 톱티어와 그외의 세컨티어로 나누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으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 발행사와 주관사의 이해 엇갈려

발행사와 주관사의 이해가 엇갈리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모가를 높게 받고 싶어하는 발행사와 향후 보유 지분에 대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공모가를 최대한 낮춰야 하는 주관사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이익을 내기 위해 최대한 저렴하게 발행하고자 하는 증권사와 가장 높은 가치를 받으려는 발행사가 함께 상장 작업을 진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가 자기자본투자를 하려면 상장 작업을 진행하는 IB부서와 직접 투자를 하게 되는 PI(자기자본투자)부서와의 의견도 일치해야 한다.

내외부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의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아 외국기업의 상장에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외국기업을 국내 증시에 유치하려는 거래소의 기본 방향과도 반대된다는 지적이다.

◇ 단호한 거래소...'투자자 보호' 등 순기능 강조

이같은 업계의 우려에도 한국거래소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무 투자에 대한 역기능 보다는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성래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현재 진행중인 외국기업의 경우 공모규모가 500억~10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며 "이 정도는 국내 증권사들의 규모로 볼 때 감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무 투자 비중을 5%까지 낮추면 시장에서 책임 투자에 대한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아직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는 1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우량기업의 경우 주관사의 투자 의무는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글로벌 증시에서 수년간 검증된 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굳이 '품질보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발행사와 주관사의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과 관련 그는 "증권사들간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 공모가를 선정할 때 발행사의 의중이 더 개입될 수 있다"며 "증권사가 자기 투자를 해야한다면 무작정 높은 가격은 나오지 않아 공모가가 합리적으로 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외국기업 상장관련 투자자 보호 방안은 올 연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상장 규정 개정에 대한 승인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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