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제주 항공료 7년째 왜 안오를까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1.10.12 05:30

대형 항공사, 저비용항공사 성장 저지하기 위해 가격 7년째 고정

네 살짜리 아들을 둔 주부 유연주(34, 서울 고척동)씨는 최근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제주도 올레길을 다녀왔다.

유씨는 성수기 요금 적용을 피하기 위해 남편의 휴가를 활용해 금요일 오전에 떠나 일요일 낮 12시 이전에 돌아오는 제주항공을 이용했다. 세 가족 운임 총액은 49만1400원. 비성수기 성인 편도 요금 6만7600원을 기준으로 왕복 유류할증료 7만9200원에 공항이용료 2만원을 더한 결과다.

유씨는 "가족이 KTX를 타고 부산을 다녀올 때 요금이 30만원 가까이 되고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제주 왕복 항공료는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유씨의 분석은 전부 맞는 말이다. 김포-제주노선 항공료는 2004년 이후 동결이다. 같은 기간 국제선 운임은 수차례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와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간 가격 경쟁이 7년째 이어진 결과다. 대형사들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연 평균 8.5% 올리던 김포-제주노선 항공료를 제주항공 출범 이후 올리지 않고 8만44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기본운임 6만7600원은 대형사 항공료의 80%에 해당한다. 언뜻 LCC의 등장으로 대형사들이 운임 인상을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 대형사의 페이스에 저비용항공업계가 끌려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저비용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우리 때문에 운임을 높이지 않는 게 아니라 대형사 때문에 우리가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형사들은 제주노선 운임동결을 통해 저비용항공사들의 성장을 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1조4605억원 가운데 국내선 여객 매출은 5343억원(4.6%)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매출 5조726억원 중 국내선은 2594억원(5.1%)밖에 안됐다. 김포-제주노선 운임을 조금 올려봐야 별다른 도움이 못된다.

그러나 운임을 수년째 고정시킴으로서 저비용항공사 성장을 저지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저비용항공사 측의 분석이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지금까지 연간 이익실현을 못하고 한성항공과 퍼스트항공이 문을 닫았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김포-제주에 머무르지 않고 4시간 이내 근거리 국제선 노선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건 국내선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모든 노선에서 대형사 운임의 70~80%를 적용하다보니 대형사가 운임을 올리지 않으면 적자가 나도 운임을 인상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제주노선 운임이 싼 건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성진 제주항공 상무는 "국내선만 바라봐서는 이익을 내면서 성장을 하기 힘든 구조"라며 "대형사의 운임 견제가 비교적 느슨한 근거리 국제선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선 운임은 자유화 돼 있어 저가항공사를 포함한 모든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운임 인상이 가능한 상황에서 대형항공사를 이유로 운임 인상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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