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조원 준대도 회사 안판 까닭은?"

머니투데이 송도(인천)=김명룡 기자 | 2011.10.07 16:10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조원 있다고 하루에 밥 6끼 먹나요"

스티브잡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영면했습니다. 그가 남긴 유산이 8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생전의 돈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그가 남긴 어록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덤에서 가장 부자가 되는 일 따윈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우리는 정말 놀랄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 1993년 5월)

최근 이 말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인천 송도에서 지난 5일 열린 셀트리온의 새 공장 준공식 자리에서였습니다. 서정진(사진) 셀트리온 회장은 무일푼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만에 1조5000원억이 넘는 재산을 가진 거부가 된 사람입니다.

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 사업을 시작한지 7년 동안은 돈을 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3년 동안 돈을 많이 벌었다. 백수를 면하려고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돈을 벌게 되자 처음에는 무척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엄청난 재산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천문학적 재산을 갖게 됐는데 의미가 없다니요. 서 회장은 돈을 벌자 처음에는 마음껏 술도 마시고 했답니다. 하지만 술도 서너달 계속 마시니 노동이 되더랍니다.

서 회장은 "돈이 많다고 하루에 6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옷을 서너벌씩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생각했던 목표의식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스스로 엘리트와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제물포고와 건국대를 나왔습니다. 부모님이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40대 중반에는 대우자동차를 다녔는데 회사까지 망했습니다. 당시 갈데없는 기획실 출신 직원들은 대부분 김밥집이나 치킨집을 했어요.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려고 고민을 많이 했고 바이오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서 회장은 우연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시장의 가능성을 보게 됐고, 차곡차곡 10년을 준비했습니다. 어려움도 많았을 것입니다.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한 사업에 투자할 사람이 많지 않았을테니까요.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서 회장은 바이오와 거리가 먼 산업공학을 공부했지만 바이오사업을 하면서부터 해부학까지 공부했다고 합니다. 서 회장이 "유방암 항체바이오의약품의 개발을 시작하면서 유방암세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사람이 저일 겁니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서 회장은 "우수한 자원이 폐기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신의 사례가 젊은이와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생겼고 더 열심히 살게 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 회장은 개인적으로 가진 자리에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2008년 경 외국의 한 회사로부터 서 회장의 지분을 1조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셀트리온의 가치를 상당히 잘 쳐준 것이었지만 서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회사가 잠재적 경쟁자인 셀트리온을 통째로 사서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답니다.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IT로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고 우리나라를 이끌 새로운 주자가 나와야 합니다. 헬스케어 산업이 유력한 주자가 될 것입니다."

서 회장은 '만약 그때 회사를 팔았으면 지금 뭘 하고 있겠느냐'는 질문에 "사채업이나 하지 않았겠느냐"며 "지금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걸 보면 그때 안 팔길 잘했다"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셀트리온의 성공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올해 말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내년쯤 바이오시밀러의 판매가 본격화 되면 서 회장의 도전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신화는 막을 내렸지만 서 회장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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