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도 억만장자도 反월가 시위 지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1.10.06 15:35

스티글리츠·소로스 동조… 월가는 볼멘소리

▲(왼쪽부터)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금융권의 탐욕을 비난하는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계와 학계 유명 인사들이 속속 이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것이 시위대에게 정당성을 마련해주면서 월가는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월가 점령 시위를 재빨리 인정해 금융권을 긴장시킨 인물은 다름아닌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 소로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UN본부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에 공감한다며 "솔직히 말해 시위대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금융권에 대한 사회의 반감을 인정하면서 반(反) 월가 시위대뿐 아니라 공화당 내 강경보수파 '티파티(Tea Party)'가 보여준 분노는 금융권의 처신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영세 사업자들이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융권은 부실자산 처리 등으로 손해는커녕 막대한 이익을 올렸고 고액의 보너스 파티를 벌였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자신을 포함한 소수의 부자들에 대한 세율을 높여야 한다며 '반(反) 월가'의 선봉에 서고 있다. 소로스, 버핏 등 스스로 이번 시위의 타깃이 될 만한 상위 1% 부자들이 시위대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성난 군중의 비난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학자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 2일 시위대가 모인 뉴욕 리버티 플라자에 직접 가서 시위대를 격려했다. 확성기 사용이 금지된 탓에 스티글리츠는 직접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군중들이 이를 제창했는데 이 장면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확산됐다.

스티글리츠 거리강연 동영상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많은 실업자를 만들고 사람들을 집 밖으로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러분은 월스트리트에 맞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개인화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건 자본주의도 시장경제도 아니다"며 "민주주의를 중단시키는 규제는 너무 많고 월스트리트의 잘못된 행동을 멈출 규제는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전문가이자 뉴욕타임스(NYT) 필진인 제프 매드릭도 스티글리츠와 함께 시위대를 방문했다. 매드릭은 이어 한 방송에 출연, "그곳에는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있고 촉진자(facilitatior)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위계질서는 없지만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시위대 조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사회 명망가들이 시위를 지지하고 나서자 월가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백악관이 월스트리트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부추겨 이번 시위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금융계를 '살찐 고양이'로 묘사한 바 있다.

이에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강하게 반박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5일(현지시간) '애틀랜틱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월가 임원들은 백악관이 금융계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조장했다고 비판하지만 "이런 주장은 매우 불공정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상당히 온건한 상식적 관찰"에 의해 월가는 심하게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월가 스스로 잃어버린 대중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에즈라 클라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월가의) CEO들이 존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잃어버린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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