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평등이라는 공감대에 바탕을 둔 불만의 배설적 표현이 직접적 목표를 내건 정치투쟁보다 더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켜 글로벌 풀뿌리 운동으로 가능성까지 내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스스로 '리더없는 저항운동'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떤 분류에 의해 재단되는 것을 거부한 열린 운동공간이자 비폭력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그 위력은 5일 증명됐다.
◇ 무섭게 확산된 불평등 공감대, 3주만에 사회변혁운동으로
월가 점령 홈페이지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시위엔 운수·자동차·간호원·교원 노조 를 포함한 15개 노조와 24개 시민단체가 동참, 맨해튼 폴리 스퀘어에서 월가로 행진을 벌였다. A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시위 참가 인원은 1만5000여명으로 추산됐다. 시위 시작후 최대규모다.
검은 제복을 입은 일반 경찰과 달리 흰 셔츠를 입어 고위층으로 보이는 한 경관이 곤봉을 휘두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의 일종인 '페퍼 스프레이'를 뿌렸다는 트윗도 올라왔다.
스털링 W. 로버슨 전미교원연맹 부회장은 시위 동참 배경으로 "2주넘게 노숙한 활동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은 부담을 지고 있는데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료들과 보스턴에서 왔다는 캐런 히긴스 전미간호인연합회 공동회장은 "돈이 없이 중요한 수술을 받지못한 환자를 자주 봐 왔다"며 "월가는 과세돼야하고 돈을 번 자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함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 비열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규탄
맨해튼 남단 주코티 공원을 거점으로 하는 월가점령 시위는 특정 계층을 위한 구호가 없다. 민주화시위 현장에서 흔히보는 정권타도성 슬로건은 물론 '무엇을 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구호도 없다.
타깃은 월가로 돼 있다. 그러나 물리적 월가라기 보다 월가가 상징하는 비열한 금융자본주의가 타깃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소박한 희망이 담겨있다.
반 월가 정서가 민주당과 닮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정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목적성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주장하는 분석가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불평등해소라는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둔 무당파 성격이 더많은 흡인력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이미 LA,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 미국 주요 지역으로 확산됐고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도 시위가 펼쳐진다.
뉴욕 타임즈의 앤드류 소킨 기자는 "월가 점령 시위 이면에 2008년 금융위기 후 나날이 확대된 빈부격차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의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빈곤층의 수는 4600만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1959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최저소득 이하 빈곤율은 15% 로 17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 명사들의 지지..월가는 떨떠름
이 시위에 명사들이 최근 속속 동조하면서 더욱 명분을 얻는 모양새다. 영화배우 수전 서랜든이 방문해 격려를 했고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현장을 방문, 격려성 즉성 강연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마저 월가 점령시위에 ' 그 심정이 이해간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아직 월가는 이같은 민초의 저항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자신에게 신변의 위협이나 안됐으면 다행이라는 기류가 묻어난다. 비난을 백악관으로 돌리는 처사마저 나왔다. 백악관이 월스트리트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부추겨 이번 시위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금융계를 '살찐 고양이'로 묘사한 바 있다.
5일 공교롭게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25개 대형 금융사에 직원들의 급여 관행을 통제할 수 있는 추가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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