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버블 터졌다, 700달러로 58% 폭락할 것"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10.04 15:29

마크 윌리엄스 교수 "버블 과거보다 3배 길어, 고도성장한 금ETF 하락주역 가능성"

10년 이상 이어져온 금 버블이 터졌으며 금값이 온스당 7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금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657.70달러로 마감했다. 금값이 700달러로 떨어진다면 현 수준에서 58% 폭락을 의미한다.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분석한 '규제되지 않은 리스크(Uncontrolled Risk)'의 저자인 마크 윌리엄스(사진)는 4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황금충은 조심하라-마침내 버블이 터졌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은 금값 폭락을 예상했다.

윌리엄스는 금값이 지난달에만 온스당 300달러 이상 떨어져 20여년만에 최대 단기 낙폭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10년간 이어진 금 강세장이 끝나고 있음을 의미하며 최근 금의 극심한 변동성은 투자자들을 두렵게 만들어 금 수요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번 금 강세장은 1980년대 초 금값이 60% 하락하면서 끝났다. 이후 20년간 금을 소유하는 것은 이자도 나오지 않는 죽은 돈을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윌리엄스는 2011년 현재 금 버블이 다시 터졌으며 이번에는 금값이 사상최고치 1900달러 대비 1000달러 이상 급락한 700달러선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금 버블은 과거 버블보다 거의 3배 가량 오래 지속됐다. 금값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7%씩 올라 총 4배 가량 급등했다.

금은 매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기본적인 투자 논리를 거역하는 완전한 안전자산처럼 보였다. 2005년이 되자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금을 비주류 투자 자산으로 여기지 않게 됐다. 금은 약달러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무능력한 중앙은행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 각광 받았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금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했다. ETF는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에 부응해 만들어진 상품으로 총 7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금 ETF는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에 헤지펀드와 투기꾼을 포함한 단기 투자자들에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2004년에 출시된 SPDR 금 ETF(GLD)는 한 주가 금 1온스 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거래돼 운영 수수료보다도 낮다. 이처럼 저렴한 금액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자 투자자들의 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렸다.


지난 8월 중순에 금은 온스당 1900달러까지 올라 금보다 훨씬 더 희귀한 금속인 플래티늄 가격을 웃돌았다. 특히 GLD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뛰어넘어 시장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ETF로 성장했다.

현재 GLD의 시가총액은 650억달러로 세계 최대 금 보유주체 중 하나다. GLD 같은 민간 투자기관이 모든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하기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GLD는 투자한 금을 런던 HSBC은행에 보유하고 있는데 그 양이 1200톤을 웃돈다.

하지만 금 ETF는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 투자자들이 원할 때 쉽게 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ETF는 금값이 하늘 높이 솟아 오르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금값이 가파르게 떨어질 때도 주역을 담당할 수 있다.

지난 8월 이후 금 ETF 거래량은 가속도가 붙듯 늘어나 투자 심리가 변했음을 시사했다. 많은 금 ETF 투자자들이 아직 보유 지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금값 급락으로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투매가 촉발될 수 있다.

주요 헤지펀드들이 금 ETF의 주요 투자자라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 투자자들은 유로존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금을 비롯한 상품들을 팔고 변동성이 덜한 미국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지난달 금값이 급락한데 대해 금 강세론자들은 차익 실현 욕구와 선물거래 증거금 인상, 장기 강세에 따른 휴식 등에서 원인을 찾았지만 이는 모두 금 시장의 펀더멘털이 바뀌고 있다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 둔화와 경제위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금보다는 다시 미국 달러를 보유하기를 원한다면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서 번영으로 돌아섰을 때도 금은 인기를 끌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되면 제품을 만들고 배당금을 지급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복귀하면서 금은 더욱 빛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