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인재가 찾아오는 맞춤형 산업단지 만들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정희경 부국장겸 산업부장, 정리=김도윤·사진=이명근 기자 | 2011.10.04 05:54

[머투초대석]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제조업의 위기'가 종종 거론된다. 하지만 국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해 공동화 우려 등은 성급하다. 국내 제조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산업단지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관리하는 전국 48개 산업단지는 국내 제조업 총 생산의 36%, 수출의 44%, 고용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산단공은 입지 제공을 넘어 지식기반형 생태계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까지 받고 있다. 현재 QWL(Quality of Working Life) 조성, 광역클러스터 구축, 생태산업단지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는 조석 산단공 이사장을 구로디지털단지내 집무실에서 만났다.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이 정희경 머니투데이 산업부장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손꼽히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2004년부터 2년간 옛 산업자원부에서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해 논란이 됐던 방폐장 부지를 경주에 마련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어 에너지정책국장 시절엔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취임한 지 두 달 가까이 됐죠.
▶그간 산단공이 관할하는 48개 산업단지를 모두 둘러봤습니다. 산업 발전을 일선에서 지원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산단공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했고, 앞으로 입주기업과 소통을 강화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쓸 계획입니다.

-산단공 역할이 바뀌고 있습니까.
▶ 과거 첫번째 역할이 입지 제공이었습니다. 공장 설립을 대행하고 지원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건 1차적인 서비스로 지금도 계속 하고 있지만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그 하나가 일하는 분위기를 제고하는 QWL 사업인데, 구로디지털단지가 QWL의 실례입니다.

구로에는 디지털단지를 조성할 무렵 15층 이상 건물이 없었으나 지금은 100개가 넘습니다. 일만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공부도 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QWL은 산업단지에 공장 외에 숙박시설, 주유소, 편의서실, 보육시설 등을 넣는 개념입니다. 안산 시화 단지를 비롯해 여러 산업단지에서 이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높여야 기업과 우수 인재가 찾아옵니다.

-산업단지라는 용어를 바꿔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단지별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곳도 예전 구로공단 시절엔 공장들이 밀집됐지만 지금은 오피스들이 많이 입주해 현재의 구로디지털단지라는 명칭이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개념 자체는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일부 단지가 명칭을 바꾸려 한다면 실제 성격도 같이 변모시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제조업 공동화 가능성을 걱정합니다.
▶제조업이 모두 사라진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좀 과도한 표현 같습니다. 제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약 30%로, 조금 낮아질 여지는 있습니다. 제조업의 주력 업종이 바뀔 가능성도 있구요. 삼성도 참여한 바이오 시밀러의 경우 제약 분야지만 일종의 제조업 성격도 갖고 있습니다. 옛날 제조업하면 양말과 신발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가 우선 나옵니다.
▲조석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이 정희경 머니투데이 산업부장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지식기반형 제조업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실제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의 흐름이죠. 외국에서 더 낮은 비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국내에 계속 있으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국내에서만 설계할 수 있는 것들은 계속 국내서 생산될 겁니다.


-첨단분야 업체들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사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구인난을 호소하는 게 사실입니다. 아쉽게도 산단공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내 지적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공단과 인근 대학 및 연구소, 입주 기업 등이 지식과 기술을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공통의 화제를 갖고 있는 이들이 만나는 자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간사는 산단공이 맡고. 정부와 함께 자금도 지원합니다. 이 클러스터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고 직원들의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어 창조와 혁신이 이뤄지면 다시 지식 및 정보교류가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어떻습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수요에 비해 산업단지의 공급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다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수도권은 입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각 지역별 수요를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업종이 지식산업화 하는 추세여서 산업단지의 (신규) 개발도 필요하지만 지역, 용도별로 특화해야 합니다. 맞춤형 산업단지 개발이 중요하죠. 그래서 개별 회사의 수요를 파악해야 합니다. 산업단지들도 특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창원, 울산, 부산 등 동남 지역은 기계 단지, 구미는 전자 단지, 여수와 여천은 석유화학 단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QWL사업 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최근 기후 변화, 녹색 성장이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이에 따라 단지 안에 환경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스팀 하이웨이'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러 회사를 네트워크로 묶어 A사 그냥 버리는 열을 B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국가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죠. 일종의 네트워크 사업으로, 산단공이 여러 기업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국내 산업단지의 경험을 해외로 전수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산업단지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 경제 성장을 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이런 국가가 거의 없습니다.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의 산업단지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산단공이 해당 국가에서 가서 직접 공장을 지어줄 수 없겠지만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국제 협력 강화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데, 최근 전담반도 만들었습니다.

-정책 부서에서 현장으로 오셨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일은 사람이 한다고 봅니다. 산단공에 와서 이를 더욱 느꼈고, 직원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력개발센터를 만들어 교육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특히 단순히 능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꿈과 비전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올 연말까지 중장기 비전을 세울 예정이며, 내년 초부터 산단공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산단공을 활기찬 조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경영자(CEO)로서는 초보지만 무엇보다 진정성을 갖고 일을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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