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보고 즐기고"…횡성에서 인생 삼박자 쉬어가죠?

머니투데이 횡성(강원)=이용빈 기자 | 2011.10.05 11:06

[강원 횡성 '오감 여행']'오색 가을빛, 맛있는 유혹' 한우의 고장

편집자주 | 가을은 무언가가 마구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여름철 집나간 입맛이 그립고, 고향집 아련한 추억의 풍경들이 그립고, 사라지고 잊혀져간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리움은 지나간 시간이나 향수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가슴 한 언저리에 뿌려 놓은 일탈의 불씨이기도 하다. 그대, 청정자연 속에서 청량한 계절을 열렬히 환영하고 싶은가?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가을 진미로 성찬을 즐기고 싶은가? 자연에 대한 그리움, 일탈에 대한 목마름, 그리고 여름 내 잃었던 입맛이 마침내 강원도 횡성에서 속 시원한 해갈방안을 찾았다. 지금 횡성은 오색의 가을빛과 바람이 실어오는 옅은 코스모스 꽃냄새, 맛있는 유혹이 방문객의 옷자락을 붙든다.

횡성군 우천면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8000㎡ 규모의 코스모스 꽃밭. 그 잎들을 손으로 톡 스치면 향긋한 코스모스 향들이 손끝에 밴다.

양평에서 횡성·평창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6번 국도는 많은 이들의 삶의 이력을 비축하고 있다. 이 길은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산과 계곡·나무가 진녹색 병풍을 만들고 가을 햇살을 잔뜩 받은 들녘은 이제 막 황금빛으로 치장하기 시작했다. 길가에는 몇 줄기의 바람이 코스모스를 흔든다.

눈앞에 펼쳐지는 누런 황금빛 평야가 좋고 꽃 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 서늘한 공기가 살갗을 기분 좋게 스치고 지나간다.

양평에서 횡성·평창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6번 국도는 오랜 삶의 이력을 비축하고 있다. 산은 녹색 병풍이 되고 들녘은 황금빛 융단이 되는 이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계절의 변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창조적인 자연의 힘과 심리적 치유를 느끼게 하고 또 언제나 감동적이다. 숲과 바람, 꽃…. 제 나름의 모든 기운이 스며있는 이 길을 드라이브 하는 것 자체가 일상을 다시 날 수 있는 비타민이 된다.

◇축산농가 자존심이 키운 명품 소 '횡성한우'

'횡성=한우'라는 등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자체가 맛을 보장하는 하나의 명품브랜드가 된지 오래다. 너무 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몸집과 당구공만한 눈망울, 군살 없는 어깨. 그리고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한 그 풍채부터가 과연 '명불허전'이다.

횡성한우목장의 거세우.

보통 횡성 한우라 하면 '거세된 소'를 뜻한다. 거세우는 번식능력이 낮은 암소보다 육질 등급이 훨씬 높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수소를 거세하면 수소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육질이 한결 부드러워진다는 게 횡성한우목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육 과정도 꼼꼼하다. 옥수수 등을 배합해 횡성에서 만든 특수한 사료와 볏짚을 섞어 먹여 키운다. 소의 크기와 영양 상태에 따라 사료와 볏짚의 배합 비율이 달라진다.

사육을 할 때는 수차례 초음파 검사를 해 마블링 상태를 점검한다. 소의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부족한 영양소를 때 맞춰 보충해 주다보니 최고등급 고기 생산량도 전국에서 제일 많다.

고지대에서 사육하는 것도 횡성한우가 남다른 맛을 품게 된 요인이다. 보통 횡성지역의 한우 농장은 해발 300~600m 고지에 있는데, 고산지대일수록 일교차가 커 소 생육 조건에 알맞다.

사료나 사육 기술은 다른 곳에서 모방할 수 있지만 자연조건만큼은 흉내 낼 수 없다는 게 목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청정한 자연에서 우수한 종자를 받아 거세를 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치밀하게 사육된 거세우는 몸무게가 600~700㎏ 내외로 나가는 30~38개월에 도축을 한다.

'한우의 고장'이라는 명성만 읊어 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횡성 한우의 진가는 직접 구워보고 맛을 봐야 알 수 있다. 발갛게 달아오른 참숯위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육즙을 고스란히 머금은 싱싱한 한우를 얹은 뒤 소주 한 잔씩을 나눈다. 그리고 한 입, 두 입…. "아~ 으뜸이란 말은 괜한 수식어가 아니었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쇠고기 맛이 이럴까.

고석용 횡성군수는 "구제역 파동에도 불구하고 횡성한우가 여전히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이어가는 것은 횡성 사람들의 한우에 대한 자존심과 열정 때문"이라며 "적정두수 조절을 통해 한우 값 하락과 사료 값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축산 농가들의 소비기반 복구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심신이 상쾌해지는 정화의 공간…숯가마 체험


눈과 입으로 호사를 했으니 이번엔 몸으로 횡성을 느낄 차례다. 횡성에서 둔내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갑천면 포동리에 전통방식 그대로 40년이 넘게 숯을 굽는 '강원참숯(033-342-4508)'이 있다. 황토로 만든 숯가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연기가 고향의 아련한 옛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숯을 꺼낸 숯가마는 하루 정도 열을 식혀야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데 남은 열기를 이용해 가마 찜질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황토와 숯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피부 깊숙이 파고들어 몸속 노폐물을 빼준다. 산후통과 피부 관리 등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나면서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개방 시기의 숯가마 온도는 무려 150~200도. 때문에 가마니를 깔고 수건으로 온몸을 감싼 뒤 들어가야 한다. 가마 안에선 3분을 버티기가 어렵다. 밖으로 나와 찬바람에 몸을 식힌 후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니 오장육부가 상쾌해진 기분이다.

참나무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와 수증기를 받아내 액화시킨 목초액도 이곳에서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살균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 맛도 괜찮다.

◇오감이 바빠지는 '피톤치드'의 바다…숲체원
해발 850m의 청태산 중턱에 터를 잡은 청정 자연림 숲체원. 삼림욕장에 들어서면 맑은 공기, 새소리 탓에 오감이 바빠진다.

청태산 중턱에 터를 잡은 청정 자연림 숲체원(www.soop21.kr·033-340-6300)은 기대 이상인 곳이다. 2007년 9월 문을 연 이곳은 다양한 종류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늘씬한 자작나무와 잣나무·소나무가 함께 어울린 숲길에는 완만한 경사의 목재 데크가 깔려있어 누구나 쉽게 정상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숲체원 산책로에는 완만한 경사의 목재 데크가 깔려있어 노약자도 쉽게 정상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산과 계곡을 꽉 메운 무성한 나무숲이 골바람에 파도처럼 일렁이고 자작나무와 솔 향 사이로 넘나드는 새소리가 치렁치렁하다.

이곳 숲체원 삼림욕장에 들어서면 오감이 바빠진다. 물소리·새소리 들으랴. 나무와 숲의 향기 맡으랴. 푹신한 흙과 낙엽 밟으랴. 이 모든 것에는 아늑한 시간들의 숨소리가 스며있을 것만 같다.

맑고 빛나는 햇살이 숲을 내려쬐는 풍경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느끼는 여행의 고적감 쪽이 더 즐거운 법이다.

산림청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데, 다목적 체험교육장과 강의동·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단체 연수원으로 이용하기에도 좋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 장애인 우수관광시설 부문상을 받았다.

횡성군 우천면 오원3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코스모스 꽃밭도 시간을 투자하기에 아까움이 없다. 9월 말까지 '낭만의 코스모스 페스티벌'을 열었을 정도로 울긋불긋 꽃으로 화사하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8000㎡ 대지 전체가 아름다운 코스모스로 꽉 차 있다. 그 잎들을 손으로 톡 스치면 향긋한 코스모스 향들이 손끝에 밴다. 색깔에 취하고 향을 만끽하다 보면 머리가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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