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드스타인 교수 "그리스 디폴트 2년 연장..獨佛의 '꼼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1.09.29 08:23
"그리스가 살 길은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이 자국 은행과 이탈리아와 스페인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그리스의 디폴트를 늦추는 도박을 벌이고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석좌교수가 `유럽의 위험한 도박(Europe’s high-risk gamble)`이란 제목으로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더불어 2005년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뒤를 이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석학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디폴트(default)`와 `통화가치 하락(devalue)` 전략이야 말로, 그리스가 재정위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결책(The only way out )라고 밝혔다.

즉, 그리스가 정부 부채에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해, 최소 50%의 부채를 탕감 받고, 유로존 탈퇴로 새로 도입될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 수요를 조성해 무역흑자로 전환하는 것만이 그리스가 살길이라는 설명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가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정확히는 독일과 프랑스가 시간을 벌기 위해 그리스의 디폴트를 늦추려 애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그리스는 지급불능 상태이고, 조만간 디폴트에 빠질 것임을 시장이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최근 100%를 넘어서고,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2%에 달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로 2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그리스에 많은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 자국 은행과 금융기관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늦춰지면, 양국의 금융기관들이 자본을 확충하고,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리스 은행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그리스 채권을 유럽중앙은행(ECB)에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리스 디폴트가 다른 나라,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디폴트와 뱅크런을 촉발할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두 나라중 한나라만 디폴트에 빠져도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과 금융기관은 처참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그리스의 자금수요를 담당할 정도는 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지원하기에는 EFSF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정치권은 그리스의 디폴트를 2년간(EFSF를 대체할 ESM이 출범하는 2013년까지) 연기함으로써,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재정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입증할 시간을 주려 한다고 펠드스타인 교수는 분석했다.

이럴 경우 시장은 앞으로 2년간 스페인 은행이 자국 부동산 가격 하락을 다룰 수 있을지, 또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무 불이행이 광범위한 은행도산으로 이어지며 스페인 정부에 대규모 예금자 보호 자금을 요청할지 등을 지켜볼 것이고, 아울러 중앙정부의 무제한 보증으로 채권을 발행했던 스페인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도 까발려 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디폴트가 지연되는 2년간, 이탈리아 역시 세수를 증대해 2013년까지 균형예산을 맞춘다는 약속을 증명할 시간을 벌게 된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그러나 이탈리아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정 긴축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을 감소시키고, 차례로 세수를 위축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만약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향후 2년간 충분히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럽 정치권 리더들은 전염의 위험성을 걱정하지 않은 채 그리스의 디폴트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도 그리스처럼 디폴트를 거쳐 유로존을 떠날 수 있다고 설명이다.

반면, 스페인 또는 이탈리아가 앞으로 2년간 자신들의 재정적인 건강과 관련해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두 나라와 이들 국가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해, 지급불능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또 두 나라가 디폴트에 빠지면 일시적이나마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질 것이고, 두 나라는 유로존 탈퇴를 강하게 원하게 될 것으로 펠드스타인은 내다봤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이 같은 관측을 하기엔 크고 시급한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펀더멘털이 설령 건강하다 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2년간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그리스의 이자율 수준은 그리스가 아주 조만간 디폴트에 빠질 것임을 시장이 믿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밝혔다. 또 그리스의 디폴트 이전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이자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두 나라를 재정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결국 "유로존 정치권이 시장을 기만하려 애쓰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며, 유럽 정치권은 아마도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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