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프라이드' 버리지 못한 이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1.10.04 14:04

[머니위크]'25년 자존심'은 계속된다

"보통 승합차를 차량명 대신 '봉고차'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봉고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프라이드는 기아차의 상징이나 다름없잖아요."

지난 7월 중국에서 처음 출시된 K2가 국내에서는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데 대한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봉고가 승합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처럼 프라이드 역시 소형차 시장에서 막강한 네이밍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것이 '프라이드'를 버리지 않은 이유라는 것이다. 그동안 기아차는 국내 출시명을 두고 K2와 프라이드 사이에서 고심했었다.

봉고와 프라이드는 오늘날 기아차를 존립케 한 두 개의 축이다. 봉고는 1981년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로 존폐위기를 맞았던 기아차를 경영정상화 시키는 데 일조한 차량이다.

↑ 지난달 28일 국내 출시된 5세대 신형 '프라이드'. ⓒ이명근 기자
↑ 지난 7월20일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시(成都市) 국제회의전람센터에서 공개된 기아차 'K2'.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1980년 9월 1톤 트럭 E-2200으로 봉고신화의 첫 발을 내디딘 후, 화물차의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 12인승 승합차로 개조해 소위 대박을 쳤다. 이후 1986년 베스타, 1995년 프레지오, 2004년 봉고3로 이어지면서 2005년까지 1톤 봉고트럭 포함 누적판매대수 210만대를 기록했다. 봉고버스는 2005년 출시를 중단했지만 트럭은 여전히 봉고의 이름을 달고 생산되고 있다. 올해 기아차 광주공장의 봉고트럭 판매목표는 10만5000대다.

봉고가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프라이드는 내실경영의 근간을 만들어준 차다. 1987년 경영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출시한 차라는 점 외에도 창사 후 처음으로 자동차의 고향 미국으로 수출되는 등 기아차의 '자존심'으로 맹활약했다. 2000년 단종될 때까지 수출 포함 126만대가 팔렸다.

프라이드의 이름이 다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4월 리오의 후속 모델로 제작된 프로젝트명 JB에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종 후 5년만이었다.


28일 신차발표회를 가진 신형 프라이드는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갖고 출시한 세 번째 차량이다. 2006년부터 프로젝트명 'UB'로 개발에 착수해 5년여의 연구개발 기간동안 1900억원이 투입됐다.

25년 전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지만 외관이나 성능은 크게 변했다. 우선 전면부는 기아차의 패밀리룩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전장과 전폭은 늘어나고 전고는 낮아져 안정감을 더했다.

그동안 소형차에 쉽게 적용되지 않았던 사양들이 포함된 것도 특이할 만하다.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가 동급 최초로 적용됐으며 7인치 내비게이션과 6에어백도 적용됐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동급 최초다. 트림에 따라 엔진을 일시 정지시키고 출발 시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고급형 ISG(Idle Stop & Go) 시스템'이 장착된 에코 플러스 트림도 선택할 수 있다.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오랜 시간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성장해온 프라이드가 동급 최고의 상품 경쟁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면서 "스타일과 성능은 물론 경제성, 안전성, 실용성 등을 모두 만족시키는 신형 프라이드가 국내 소형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차량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신형 프라이드는 4도어와 5도어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으며 1.4 MPI엔진과 1.6 GDI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자동변속기를 기준으로 한 판매가격은 4도어 모델이 1250만~1595만원, 5도어 모델이 1295만~1640만원이다(선택품목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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