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는 자사주 매입계획을 승인했다. 이는 버핏이 기술주 거품 붕괴시절인 2000년 대규모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음을 처음 시사한 후 11년만이다. 버핏은 당시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같은 뜻을 내비쳤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버핏은 성명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이 200억달러 이하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무제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6월말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 현금이 479억달러 였음을 고려할 때 가용재원은 최대 279억달러(한화 약 33조 5000억원)에 달한다.
"클래스 A와 클래스 B 주식 모두 매입대상"이 되며 "장부가치에서 프리미엄이 10%를 넘지않는 가격범위에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자사주 매입이 공개시장 매입은 물론 사적매입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제한뒤 "매입한도는 가용현금 수준, 가까운 장래 새로운 사업기회 출현여부, 주가 저평가 정도에 대한 판단 등에 따라 달라질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기업 인수를 재추진할 정도로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견되지 않고 주가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는 한 최대 279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다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버핏은 회사를 키워오면서 현금이 넘쳐나도 그것을 사업이나 외부기업에 재투자해서 주가를 올리는 것으로 주주에게 보상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왔다. 자사주는 물론 지금까지 주주에게 배당한푼 준 일이 없다.
그러나 올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및 유로존 재정난 공포속에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도 크게 빠지면서 마음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넘치는 현금으로 외부에 투자하기 보다는 차라리 저평가된 자사주를 사서 주가를 부양하는게 주주이익에 더 보탬이 된다는 판단이다. 자기가 자기에 투자한 셈이다.
올들어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 클래스 B 주식은 17% 가량 빠졌다. 장부가치 대비로는 주가가 1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2000년 기술주 거품 붕괴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들어 버핏은 여러차례 대규모 M&A를 공언해왔지만 실제 추진된 것은 윤활유회사 루브리졸 뿐이다. 올 2월 주주서한에서 '코끼리를 사냥할 총이 장전됐다. 손가락이 근질 거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루브리졸 보다 큰 코끼리급 M&A는 아직 무소식이다.
이날 자사주 매입소식에 버크셔 해서웨이 클래스 A주식은 6.7%, 클래스 B주식은 6.8% 급등중이다. 버핏 모멘텀 속에 금융주도 동반 상승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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