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3천억弗' 무너지면 일난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1.09.26 17:48
지금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이 최근의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처하기에 충분한 수준일까.

이달 들어 환율이 출렁이고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외화유동성 지표에 이상이 감지되자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3122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리먼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08년 말 2012억 달러까지 줄었다가 경상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올들어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외환보유액 적정 수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불안심리가 확대되면서 외환보유액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 더해 리먼 사태 때처럼 미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상최고 외환보유액 많다? 적다?=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보유한 대외지급용 외화자산이다. 대외 채무를 갚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쓰이므로, 그 규모를 얼마로 보느냐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달라진다.

통상 상품 부문에서의 대외 채무와 금융 부문에서의 대외 채무를 통해 이를 가늠한다. 그 나라의 3개월 치 상품 수입액과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그것이다.

8월 말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3개월 상품수입액은 1350억 달러, 단기외채는 1450억 달러다. 이를 모두 더하면 약 2850억 달러로 이 자금이 모두 빠져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현 보유액(3122억 달러) 보다 적다.

더구나 7월 말 기준 유럽에서의 차입은 630억 달러, 이중 단기 차입은 297억 달러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위기 시 상대적으로 유출이 덜한 채권의 비중도 44.3%에 달한다. 정부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근거다.

다만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이 이탈될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 2008년 때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이탈이 가장 먼저 시작돼 하반기에만 약 300억 달러가 증시와 채권에서 빠져나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규모를 올 상반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약 20%인 1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앞서 2850억 달러에 1000억 달러가 더해지므로, 적정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는 3850억 달러 정도가 된다. 결국 현 외환보유액은 국가 부도 방어는 가능하지만 외환시장 안정에는 부족하다는 것.

◇정부, 질적·양적 모두 튼튼 '문제없어'=그러나 정부는 지금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자신한다. 일단 규모 면에서 리먼 사태 때보다 외환보유액이 5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난 점이 하나다.

또 총 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8년 51.9%에서 올해 6월 말 37.6%로 개선됐고 단기외채 규모도 당시보다 400억 달러 가량 감소(은행권 단기외채는 433억 달러 감소)해 질적으로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은행권의 단기외채(1500억 달러)가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는 비정상적인 가정을 해도 그보다 많은 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식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지만 채권은 여전히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만큼, 또 한 번의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아도 위기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밝혔다.

외환보유액 부족 논란과 함께 불거진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하회' 여부에 대해서는 "3000억 달러가 꼭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마지노선)은 아니다"고 밝혔다.

최 차관보는 "단기외채나 증권자금 유출 규모를 봐야 하며, 최근 유로 약세가 지속된다면 보유액 감소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3000억 달러는 유지할 것으로 보지만 못 지키더라도 불안 요인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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