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저축은행 뇌관, 이제 시작?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11.09.27 09:12

[머니위크]저축은행 영업정지 파장·향후 처리는

'공포의 일요일' 9·18 저축은행 살생부가 발표됐다. 업계 2위· 3위인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을 비롯해 7개사가 문을 닫게 됐다.

삼화, 보해, 도민,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연초부터 바람 잘 날 없는 저축은행업계가 또 다시 퇴출 칼바람에 휘청이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등 고질적인 환부를 도려내고, 저축은행업계의 건전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둘러싼 금융권의 인수전도 막이 올랐다. 4대 금융지주사와 증권사가 저축은행 인수를 두고 격돌을 예고하면서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밝혔지만, 뇌관은 또 다시 터질 수 있다. 우선 이번에 가까스로 영업정지를 모면한 6곳은 1년 안에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추가로 퇴출을 당할 수 있다. 나머지 저축은행 중에는 적자 상태가 심각한 곳이 상당수다.

◆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 불법영업 온상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 큰 말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통하지 않았다. 업계 2, 3위인 토마토와 제일저축은행이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 저축은행으로 판명돼 문을 닫았다.

이들 7개 저축은행 중 6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에도 못 미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곳이다. 제일2저축은행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지 않았음에도 모기업인 제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에 따른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예상돼 회사측이 영업정지를 신청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9월18일부터 6개월간 영업을 할 수 없다(만기도래 어음 및 대출의 만기연장 등 일부 업무 제외). 또한 임원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새로운 관리인이 선임된다. 다만 영업정지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체적 경영정상화가 되면 영업재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회생가능성은 크지 않다. 뚜껑을 열어보니 비리는 심각했다. 저축은행을 대주주의 사금고(私金庫)화해 자금을 운용하는 등 불법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토마토ㆍ에이스ㆍ파랑새 등 영업정지된 3개 저축은행은 앞서 영업정지를 받은 부산저축은행과 '닮은꼴'이었다. 대주주가 운영하는 사업장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불법 대출을 해줬다가 '덜미'를 잡혔다. 대주주 대출은 저축은행법상 5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중죄(重罪)’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직적인 대규모 불법행위는 없었다.

대출한도를 넘긴 경우도 많았다. 대출한도란 동일인에 대한 대출 총액이 저축은행 자기자본의 20%(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하는데, 저축은행들이 저지른 불법 가운데 약 90%가 한도 위반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경비를 불법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들 영업정지 7개 저축은행의 부실원인과 대주주, 경영진 등의 형사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약 80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합동수사단을 설치했다.

이금로 대검 수사기획관은 "부실 저축은행 비리에 대해 엄정하게 형사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특히 수사를 통해 저축은행들의 은닉 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예금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형사 고발된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된 7개를 포함해 모두 12개 은행. 그러나 영업 중인 5개 저축은행은 대량 예금 인출 우려 등으로 당장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꺼지지 않은 불씨

당초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후보(경영개선 대상)로 올렸던 곳은 13개였다. BIS 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5%에 못 미치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곳이다. 그러나 이중 7곳만 문을 닫았다.

하지만 퇴출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6개도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6개 저축은행은 짧으면 6개월, 늦어도 1년 안에 외부 도움 없이 대주주 증자나 자산 매각을 통해 자체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들 6곳 중에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도 4곳 이상 포함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이중 한 대형 저축은행은 사옥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이 인정을 받아 영업정지의 위기를 겨우 넘겼고, 다른 저축은행들은 계열사 매각대금 등이 납입돼 영업정지 기준을 간신히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자구 계획에 실패할 경우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당장 9월 말 경영 공시가 고비다. 당국은 예금자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 6개 저축은행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모든 저축은행이 30일까지 지난 1년간 경영실적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나면 예금자들의 인출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

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인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동요는 빠르게 진정되는 양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2일 영업 중인 91개 저축은행에서 빠져나간 예금은 408억원이다(낮 12시 기준). 이는 전날 같은 시간대 인출액 498억원보다 9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또한 지난 20일 인출액 956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규모다. 저축은행에 대한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곪고 곪은 문제로 거론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가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2008년 말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3년 뒤 재매입 조건으로 팔아넘긴 PF대출 채권 규모는 2조원대에 달한다. 심각한 것은 다른 저축은행들도 이와 같이 유예된 부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저축은행들의 부실 채권을 맡아주는 시한을 3년에서 5년으로 2년 더 연장했다. 저축은행들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돌아올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환매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면 영업정지대상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1~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발된 분식회계 규모는 매우 큰 반면, PF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소 관대한 기준이 적용됐다"며 "글로벌경기 약화에 대한 저축은행의 감내 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연초부터 줄 이은 영업정지 사태에도 "추가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양치기' 금융당국, 거수기로 전락해 부실위험을 외면한 저축은행 사외이사 등 정부와 저축은행에 대한 땅에 떨어진 신뢰 회복 여부도 향후 저축은행의 운명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건전한 저축은행 찾으려면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믿을 만한 저축은행을 찾기 위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대표적인 것은 BIS 비율이다. 해당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자본이 충분한가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1% 미만이었다.

또한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따져봐야 한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6개월 이상 연체돼 받지 못하는 대출금의 비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대출금의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6월 결산법인인 저축은행은 9월 말까지 결산 경영실적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게 된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예금가입자 대처법

"만기를 앞두고 저축은행에 물린 돈 어떡해요?"

지난 19일 문 닫은 프라임저축은행을 찾은 50대 여성은 "금리가 높아 가족들이 함께 저축했는데 만기를 코앞에 두고 찾을 수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64만4398명의 예금이 물렸다. 이들이 맡긴 총 예금액은 11조4357억원. 이중 5000만원 초과 예금자도 2만5535명(1인당 평균 예금액 5561만원)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관련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부실 저축은행 정리과정에서 예금자들의 자산이 어떻게 처리될지 알아본다.

▶ 원리금 합해 5000만원까지 보장
문 닫은 저축은행의 가입자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합해 5000만원까지 보장 받는다. 만일 퇴출은행이 다른 곳에 인수되면 당초 약속한 이자를 다 받을 수 있다. 계약 내용에 따라 5000만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도 원금 이자를 보호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시중은행 평균 이자율(현재 2%대)을 적용받게 된다.

5000만원 초과 예금에 대해서는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개산지급금을 예금보호공사(이하 예보)에 신청할 수 있다. 개산지급금은 부실 저축은행 파산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남는 파산배당금을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예보 관계자는 " 예금채권자로서 해당 금융기관의 파산 절차에 참여해 5000만원 초과예금 일부를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급한 자금은 가지급금 2000만원으로
예보는 22일부터 가지급금 지급을 개시했다. 11월21일까지 1인당 예금원금 기준 2000만원 한도로 해당 저축은행 영업점과 6개 시중은행(농협중앙회, 우리·신한·하나·기업·국민은행), 예보 인터넷(dinf.kdic.or.kr) 신청을 통해 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당일 또는 익일 예금주가 지정한 은행의 예금주 명의의 계좌로 이체된다.

▶ 최대 4500만원 예금담보대출
가지급금 한도(2000만원) 이상으로 돈이 필요하면 예금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예보가 지정한 은행(농협, 우리은행, 국민은행 취급 점포)을 통해 최대 45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저축은행 예금액의 95%(4500만원 한도)에서 가지급금 및 선순위채권을 차감한 금액이 대출 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예금자별 약정 금리와 동일하며, 대출기간은 6개월이나 필요 시 3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 불완전판매 후순위채 구제
후순위 채권자들은 법적으로 투자한 자금을 보장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후순위채권이 불완전판매된 경우 구제받을 수 있다. 특히 토마토저축은행이 발행한 1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중 상당수가 토마토2저축은행에서 불법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을 거쳐 구제가 가능하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4. 4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
  5. 5 오마카세 먹고 수입차 끌더니…'욜로' 하던 청년들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