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만큼 참은 정부, 카드시장 '판' 바꾼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박종진 기자 | 2011.09.23 04:45

더이상 카드사 자율에 맡길 수 없어…혼탁한 시장, '혁명적 청소' 개시

"군기 잡기라고? 아예 판(시장)을 바꾸려 한다."

신용카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경하다. '당부' '주문' 등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했던 립 서비스 수준이 아니다. 업계의 '자율' 정화를 바랐던 그간의 기대는 이제 접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율적, 자발적으로 한다는 말을 한 지가 언제냐"고 말했다.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만큼 금융당국이 갖는 위기감은 크다.

특히 과거 신용카드 대란을 겪은 당국자의 학습 효과가 상당하다. 일례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003년 카드 대란을 최전선에서 경험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대부분 카드 대란을 목도했다. 시작부터 끝을 안다. 부작용과 파급력도 누구보다 인지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카드 문제를 거론했고 올 들어 가계 대출 등 불안요인을 언급할 때도 카드 문제를 빼놓지 않았던 이들이다.

그 걱정은 더 심화됐다. 금융당국의 '지도'와 '주문'이 이어졌는데도 걱정거리는 늘었다. 현재 1인당 신용카드 보유량은 4.7장.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직전(4.6장)때 보다 많다.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1억2000만장이 넘는데 그 중 8700만장 만 사용 중이다. 나머지는 장롱 속에 있다. '묻지마 발급'을 한 결과다.

카드 남발의 후폭풍은 무섭다. 빚은 늘고 가계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빚을 빚으로 돌려 막다보면 빚을 키운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겐 탈출구가 될 수 있지만 빚의 악순환에 빠지는 시작점도 바로 신용카드다. 2003년에 그랬다.

금융당국은 제2의 카드대란을 막으려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자율 정화도 당부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워낙 카드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카드 발급, 부가서비스 등은 더 늘었다. 은행계 카드사의 분사까지 겹치며 시장은 더 과열됐다.


결국 금융당국이 '직접' 칼을 빼기로 했다. 이른바 신용카드의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이다. 이에 따르면 카드사는 카드를 발급할 때 소득·자산·신용등급을 봐야 한다. 서류 한 장과 신분증 한 장 내면 카드를 받을 수 있는 현 시스템과 비교하면 '혁명'에 가깝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 남발, 신용카드 이용 양태 등이 바뀌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판을 다시 짜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귀찮다면 체크카드나 직불카드로 가면 된다. 신용카드 발급을 줄이는 대신 체크카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다. 이용 한도도 소득에 맞춰 정해진다. 복수의 카드를 가져도 소득 범위를 넘을 수 없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빚을 지자는 얘기다.

한편으로 기존의 장롱 카드는 모두 정리된다. 목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2/3의 청소다. 장롱카드가 3300만장이니 최소 2200만장 정도를 없애겠다는 당국의 구상이다. 방식은 정리 '유도'가 아니라 '강제'다. 참을 만큼 참은 당국의 선택인 셈이다.

당연히 카드사는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 등 온갖 압박에 이어 규제 폭탄까지 너무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선 '반발'보다 당국의 '의지'가 더 강해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카드업계가 볼멘소리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카드사는 순익을 계속 내 왔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구조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4. 4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5. 5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