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잡나 안잡나? 치솟는 환율과 정부의 셈법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1.09.22 16:04

정부 개입에도 연일 급등… "물가 부담 가중"vs"경상수지 흑자 유지"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환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달 5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원화가치는 10% 떨어졌다. 환율 상승은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 여부가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상승은 정부가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에 큰 부담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시켜 외환건전성에는 도움이 된다. 치솟는 환율을 둘러싼 정부의 셈법이 복잡한 이유다.

◇전 세계적 현상 "우리만 흐름 바꿀 순 없다"= 21일 가까스로 1150선을 지켰던 환율은 22일 개장과 동시에 1173원으로 치솟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에 대한 실망감과 무디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대표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상승 촉매였다. 장중에는 1180.1원까지 오르며 13개월 만에 처음 118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결국 전날보다 29.9원 오른 1179.8원에 마감했다. 나흘째 상승이다. 이 기간 중 상승폭은 67.3원에 달한다. 그동안 정부가 손 놓고 있지도 않았다. 지난 15일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구두개입에 나선데 이어 외환당국의 개입성 발언, 실제 개입이 계속됐다.

이날도 미국 출장 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제윤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라"고 지시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입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환율의 방향성을 돌리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 판단이다. 외환당국도 한계를 알고 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문제는 오늘, 내일 끝날 상황이 아니다"며 "오늘은 무디스가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는데 내일은 S&P가 나설지 누가 아느냐. 당분간 이벤트에 따라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환율 상승은 우리만의 현상도 아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원화가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하락한 편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물가엔 치명타, 경상수지엔 즉효약= 환율 상승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원유 등 수입 물가를 끌어 올려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농산물 값이 가까스로 안정됐는데 환율이 오르기 시작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8월에 5%대로 치솟은 물가는 9월에 농산물 가격 하락, 기저효과 등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심 '3자(3%대 물가)'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치솟으면 '9월 이후 물가상승세 둔화'라는 시나리오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1년 경제 전망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연간 0.8%포인트 상승한다.

반면 환율 상승은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 정부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흑자 기조에 즉효약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7월 무역수지는 72억 달러 흑자로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8월에는 8억 달러로 뚝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 악재가 현실화되면서 적자전환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외화유동성을 볼 때 경상수지, 은행의 예대율과 단기외채, 외환보유액 이렇게 세 가지만 본다"며 "경상수지가 적자이거나 단기외채가 많으면 아무리 건전하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상승은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살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 호전에 원군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상승을 용인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흑자기조 유지에 득이 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신용등급은 선진국이 떨어졌는데 통화가치는 신흥국이 하락하는 아니러니한 상황과 함께 환율이 치솟는데 외화건전성에는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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