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녀보다도 더 큰 걱정은…"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11.10.19 10:24

[머니위크 커버]40대 경제학/40대에 물었다… 1위 고민 '노후대비', 2위 '자녀'

80~90년대를 살아간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세대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주역들이었다. 치열한 투쟁의 시대를 지낸 이들 386세대는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활동의 주체인 40대가 됐다.

과거의 40대도 그랬지만, 현재의 40대들도 경제의 주체이기 전에 한 가정을 책임지는 남편 또는 아내로, 아버지와 어머니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과연 이 시대의 40대들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머니위크>는 창간 4주년을 맞아 틸리언패널과 공동으로 40대의 개인사 및 가정사에서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한민국 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노후대비'로 조사됐다. 참여자 1000명의 절반에 가까운 45.7%가 이 같이 대답했다. 특히 여성(41.4%)보다 남성(47.6%)이 노후에 대한 고민이 더 크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52.2%), 전문직 종사자(50.6%)들이 노후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는 '재테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이란 질문에서 응답자의 66.4%가 '노후대비를 위해서'라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문제다. 직장에서 물러날 시기는 다가오는데, 자녀의 교육과 대출금 등으로 돈 모으기가 쉽지 않으면서 다가오는 문제다. 특히 수명은 점차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의 도래로 노후 문제가 40대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고민도 4명 중 1명꼴인 24.2%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주부의 경우는 응답자의 절반이 '자녀'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건강 16.3%, 직장 11.6%, 가정불화 0.9% 등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 자신에 대한 투자 없다

건강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자신을 위한 투자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35.1%는 '헬스, 골프 등 정기적인 운동'이라고 답했다. 사회활동을 하는 회사원(39.1%), 전문직 종사자(34.2%), 자영업자(34.1%) 모두 정기적인 운동에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안 한다'고 답변한 사람도 27.3%에 달했다. 특히 무직자의 경우는 응답자의 절반이, 가정주부는 34.1%가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안 한다고 답했다.

이영진 SK마케팅앤컴퍼니 프로젝트매니저는 "자녀 교육과 대출금 상환 등으로 인해 자기개발이나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40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한다'라고 답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업주부의 경우는 자기개발을 위해 투자로 '취미활동'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28.8%로 총 응답률(24.5%)보다 높았다. 또 외모관리도 12.9%(총 응답률 3.8%)로 유일하게 10%를 넘었다. 반대로 '학업연장, 유학, 어학 등 학업'이라고 답한 비중은 3.0%(총 응답률 8.5%)로 여타 직종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왔다.

그렇다면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용돈을 제외한 한달 투자비용'은 응답자의 29.8%가 '1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10만~20만원'도 29.7%로 나왔다. 전문직종사자의 10.1%는 '50만원 이상'이라고 답해 직업군 중에서 가장 높았다. '자신에 대한 투자비용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7.7%에 달했다.

'건강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은'이란 질문에 대해서 역시 '정기적인 운동'이라고 답한 사람이 52.2%로 절반을 넘었다. 이 외에 '건강검진' 14.0%, '보신 및 보약' 10.0% 등의 순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 한다'고 답변한 사람은 23.4%로 4명 중 1명꼴로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는 '술자리, 여자는 '부모님 용돈' 위해 비상금 관리

40대 중에는 비상금이 없는 사람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 모르는 비상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7.8%가 '없다'고 답했다. 자영업자(45.7%)와 전문직 종사자(44.3%)의 경우 비상금이 없는 비중이 특히 높았다.

비상금이 있는 경우에는 '100만원 내외'는 26.3%, '500만원 내외' 16.1%, '1000만원 내외' 14.9% 순으로 답했다.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비상금을 쓰는 사람도 4.3%였다. 전문직 종사자는 비상금 규모가 1000만원 이상인 경우가 22.8%에 달했으며, 회사원과 자영업자는 '마이너스통장' 비상금이 각각 5.4%, 5.1%로 여타 직업군에 비해 높았다.

비상금 관리는 대부분인 86.2%가 '별도 통장'으로 관리한다고 답했다. 아주 고전적인 비상금 관리 수법인 '집안 내 어디에 숨겨둔다'고 답한 응답자도 8.2%였다. 특히 자영업자와 전업주부는 각각 13.3%와 12.2%에 달했으며, 전문직종사자(9.1%)와 회사원(6.5%)도 고전적인 비상금 숨기기 방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성별로 볼 때는 여성의 경우는 집안에 숨기는 경우가 11.4%로 남성(6.9%)도 높았으며, 남성은 '직장 내 어디에 숨겨둔다'가 5.7%로 여성(1.6%)보다 높게 나왔다.

이렇게 관리하는 비상금은 가족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비상금은 어떠한 경우에 사용하는가'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26.7%와 24.6%는 '친구 및 직장동료, 후배와의 술자리', '개인적 레저활동'이라고 답했다. '가족선물'이라고 답한 비중은 20.9%, '부모님(장인 장모 포함) 용돈'이라고 답한 비중은 19.6%였다.

직업군별로 보면 자영업자와 회사원이 '술자리'라고 답한 비율이 특히 높았으며, 전문직 종사자는 '레저활동', 전업주부는 '부모님 용돈'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부모임 용돈'은 여성의 응답률이 32.4%로 가장 높았으며, 남성의 경우는 14.2%에 불과했다. 반면 술자리라고 답한 여성의 응답률은 8.6%에 불과했다.





◆행복한 가정위해 남자는 '여행', 여자는 '대화'

40대의 자신에 대한 고민 '노후'인 반면 가정사의 고민은 '자녀 교육'이었다. '가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2.9%가 이 같이 대답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고선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원장은 문제가 아니라 관심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선주 원장은 "40대가 되서 자녀가 생기면 아이의 성적, 미래 직업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마치 부모의 성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가정지원센터 등에 가정 문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녀와 관련한 문제가 많다. 처음에는 자녀와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으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다보니 나중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 외에 '생활비' 16.9%,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 7.8%, '부부 간 불화' 4.1%, '부모 부양' 3.8%, '고부갈등' 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없다'고 답한 경우는 20.9%였다.

가정의 큰 고민거리는 아니였지만, 부모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답변에 차이가 나타났다. 고부갈등에 대한 고민은 남성의 경우 3.0%였으나 여성은 1.6%로 남성의 고민이 컸다. 그러나 부모 부양 문제에 있어서는 남성 3.4%, 여성 4.6%로 여성들의 고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30.8%는 '가족과 여행'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화'(24.2%), '영화, 스포츠 관람 등 취미 공유'(18.0%), '가사분담'(10.0%) 등이 뒤를 이었다. '특별한 것 없다'는 응답은 16.7%로 나왔다.

이 질문에 대해 남녀 차이가 확연히 나타났다. '여행'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남성(33.9%, 여성 23.7%)과 회사원(33.9%)이 특히 높게 나왔으며, '대화'의 경우는 여성(35.2%, 남성 19.4%)과 전업주부(42.4%)의 응답이 높았다. '가사 분담'도 남성 12.8%, 여성 3.6%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선주 원장은 "남자들은 부양자 역할에 충실한 답변을 한 것이고, 여자는 가사노동에 익숙한 답변을 한 셈"이라며 "엄마는 아빠보다 (가족 간의) 관계에 민감하고 그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대화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가족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다든지 무엇을 해야 한다든지 한가지 답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현재 상태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대화, 영화보기, 여행 등 뭐가 됐든 서로가 원하는 것을 같이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가족간 대화, "부모가 먼저 들어라"

'한주에 가족과 나누는 대화' 수준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정도인 46.8%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매우 충분하다' 2.6%, '충분하다' 14.0%, '부족하다' 29.9%, '매우 부족하다' 6.7%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 가족 간 대화의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선주 원장은 "'보통이다'란 말은 실제로는 충분하지 않다란 의미"라며 "가족 내에서도 대화를 하려고 하면 윗사람이 얘기를 하고 자녀는 듣는 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부분이 바뀌지 않으면 대화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족 간의 대화를 늘리려면 부모세대의 인식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고선주 원장은 "40대의 나이가 되면 일방적으로 이야기 하는 데 익숙하고 특히 40대 남자들은 자기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그게 마치 권위 있는 남성에게 어울리는 모습이라 잘못 생각하는 면도 있고, 자신을 억제하는 훈련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대화를 잘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열심히 듣기만 해라"며 "만약 자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면 된다. 자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부모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40대 1000명(남성 696명, 여성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신뢰도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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