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정감사에서 이강래 민주당 의원의 '경제부처 수장으로 현재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물가'보다 '재정위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9월부터는 하락할 것이라는 인식도 반영됐지만 그만큼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이날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최근 3분의 1 정도로 높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환율, 당국 개입에도 속수무책= 당장 환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4개월만에 1100원을 돌파한지 나흘만에 1150원선에 육박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날보다 11.4원 오른 1148.4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은 당국의 개입성 발언이 이어졌음에도 장중 11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1144.0원으로 출발한 후 외환 당국의 개입 시사 발언으로 개장초 상승폭이 제한됐지만 역외 세력의 강력한 달러 매수로 1150원을 뚫고 1155원대로 치솟았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환율이 급변동한 것은 그만큼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향후 외화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단기적으로는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고환율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하고 있지만 유럽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 장관은 "이미 유럽계 자금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꽤 빠져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많은 프랑스와 벨기에 은행이 어려워지면 우리나라로부터 채권을 급격하게 회수할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어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은 물가에도 부담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 올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물가 낮추기 노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인 셈이다.
◇성장률 하락 위험 갈수록 커져=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의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다음 타깃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이미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국가들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우리의 신용등급이 당장 강등될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기조, 재정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상향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하향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오는 22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 기간 무디스, S&P 등을 만나 신용등급 상향 또는 안정적 유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박 장관이 재정위기를 당면한 가장 큰 현안으로 꼽은 것도 그만큼 성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최근 "내년 성장률을 4% 후반으로 예상했는데 4% 중반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지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이날 "균형재정 달성 시점을 2013년으로 1년 앞당기기 위해 결국 세출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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