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임계치에 다다르면서 작은 루머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주식시장 변동에 비해 채권 시장 변동폭이 훨씬 컸다. 2008년 리만브라더스 부도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처럼 환율 상승과 신용경색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채선물 시장에선 3년만기 국고채 12월물이 41틱 내린 103.98에 거래됐다. 10년만기 국고채 12월물도 116틱이나 내린 109.75에 거래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04%(19.16p) 하락한 1820.98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1.07%(5.0p) 하락한 462.84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에 비해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컸다. 하룻 동안 11~13bp 금리가 움직인 것은 패닉에 가까운 변동성이다.
오전까진 특별한 재료 없이 채권금리 보합을 유지했다. 11시 30분 금투협 고시 금리는 대부분 지표물이 보합인 가운데 3년물은 1bp 내리고 5년물은 1bp 상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지나면서 금리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루머가 시작이었다. 외환시장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루머가 퍼졌고 태국계 투자자의 자금 이탈설이 돌았다.
루머에서 시작됐으나 진폭은 컸다. 국채선물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섰고 기관들도 덩달아 매도에 나섰다. 선물 약세가 현물 시장까지 흔들며 금리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는 오후 1시께 1719계약까지 순매수 규모를 늘렸으나 오후 2시 이후 순매도로 돌아섰다. 최종 집계된 외국인 투자 동향은 3435계약 순매도로 한시간 남짓한 시간에 6000계약 가까운 매도에 나선 것이다. 현물시장에선 국채를 411억원 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환 시장에서 번진 루머의 진위 파악은 힘들지만 투자 심리가 악화된 데에 가격 부담까지 누적돼 있어 움직임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임계치에 달한 환율이 채권 시장 급변의 주원인으로 손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환율에 연계한 매매를 많이 한다. 원화 강세를 예상하면 3년 이하 국고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원화 약세가 예상되면 자금을 뺀다. 3년만기 국고채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금리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1120원 수준이 임계치로 보고 있다. 이 수준 이하에선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가 유효하지만 1120원 이상으로 넘어서면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4.50원 오른 1137.00원에 거래됐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저점 대비 70 원 정도 상승하면서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사태를 떠올리는 것은 과할 수 있지만 이날 시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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