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팔의 외환중계] 기댈 곳 없는 시장, 1120원 고비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  | 2011.09.19 11:39
[유럽재무장관 회의에 대한 실망감, 환율 상승으로]


지난 금요일 서울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 막판 강력한 달러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1112원 50전에 마감했다.

전일 유럽중앙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날 환율이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전일 종가 대비 3원 90전 하락한 수준으로 낙 폭을 크게 줄인 셈이 되었다. 당시 장 마감을 앞두고 유로화와 호주달러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금요일 장 마감 시점의 환율 상승세는 매우 급격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것은 지난 주말에 개최된 유럽재무 장관 회의 이후의 시장에 대해서 달러 강세를 예측한 역외세력의 선제적 대응으로 판단된다. 지난 주말 뉴욕거래에서는 유럽재무장관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었고 이를 반영해 뉴욕증시는 상승하면서 역외 달러/원은 소폭 하락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증시에 국한된 움직임이었고 국제유가나 미 국채, 금 선물, 유로화 등은 유럽의 불안감을 반영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뉴욕증시 참여자들이 기대감을 드러냈던 유럽재무장관 회의는 큰 성과가 없이 막을 내렸고 이에 대한 실망감은 오늘 아시아 시장 개장과 함께 나스닥 선물의 급락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유로화와 호주달러 등 해외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오늘 달러/원은 개장 이후 111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여전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는 가장 중요한 배경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IMF 등 이른 바 트로이카가 그리스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면서 최근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확대된 바가 있다. 오늘부터 이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로이카는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서 201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10만명의 감원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그리스의 반응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지원 논의 재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그리스는 1차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올해 3월 공공부문에서 2015년까지 8만명을 감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지난 2년간 오히려 2만 4천명을 추가로 고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스 정부가 트로이카의 요구를 충족시킬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아 보인다. 이에 따라 트로이카와 그리스 사이에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가 계속 중단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서 그리스가 디폴트를 맞이할 가능성 역시 높다고 하겠다.

* 금주 전망: 미 연준으로부터 큰 기대는 말아야
이번 주에 미 연준의 FOMC 회의가 예정되어 있지만, 추가 유동성을 동반하는 정책은 시장이 이미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장단기 금리를 조정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지만 이 역시 시장 가격에는 이미 반영이 되어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이 예상치 못한 놀라운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 한 이번 주 역시 유럽재료에 따라서 환율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100원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불안감을 반영해 1120원에 근접할 시에는 당국의 강력한 매도개입 저항을 받으면서 1100원~1120원 박스권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1120원이 상향 돌파된다면 다음 저항선은 지난 3월 일본 대 지진 때 기록한 1144원인만큼 1120원을 사수하려는 당국의 의지는 매우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있는 불안요소들]


앞서 언급한 그리스의 공공부문 감원은 1차 구제 금융 지원에서 확약 받은 1100억 유로 가운데 7차분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10월 중순까지 이를 받지 못하면 그리스는 디폴트가 불가피하게 된다. 1차 지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정한 2차 지원금의 규모는 1090억 유로인데 이를 받기 위해서는 그리스의 민간채권자가 최고 10년 물까지의 기존채권을 만기가 더 긴 채권으로 교환해 주는 채권스왑에 참여해서 370억 유로를 부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간채권단의 참여율이 최소한 90%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참여율이 70%~75%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하겠다. 이에 대한 최종 결과는 10월 중순에 가서야 파악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때 가서도 참여율이 90%에 도달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 때 민간채권자가 미처 감당하지 못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바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EFSF의 규모가 4500억 유로로 확대되면서 유통시장의 국채 매입이 가능해 지도록 기금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며 이는 유로존 17개국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불확실성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핀란드 같은 나라들이 그리스에게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담보요구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 논란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10월 초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이며, 한 달 뒤로 발표가 늦추어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역시 시장의 리스크 선호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본드의 발행 가능성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어 온 유로본드 발행은 독일 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서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유로본드를 발행하게 되면 신용평가사들은 자금 사정이 가장 취약한 나라들의 등급을 반영하게 되며 이 경우 유로본드는 정크등급으로 분류될 가능성 마저 있다.



이 경우 독일과 같이 자금이 안정적인 국가들의 차입비용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그리스나 포르투갈처럼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적자감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되는 등 모럴헤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로본드의 발행은 현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로존의 재정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유럽연합의 조약이 변경되지 않는 한 유로본드의 발행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전망]


현재까지의 재료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을 때 시장의 불확실성은 10월 중순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 기간까지 환율은 대외불확실성에 따른 상승 압력과 당국의 매도 개입 사이에서 힘겨운 움직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https://twitter.com/FXJung)


오늘의 예상 range: 1110원과 1120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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