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신림동 고시촌', 원룸촌으로 리모델링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1.09.19 14:50

고시생 줄어 고시원 70%사라져… 빈자리엔 직장인 겨냥한 원룸 들어서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곳곳에서 고시원을 원룸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한 공사현장에서 만난 리모델링업체 가나안건설의 안수환 사장(46)은 "올해만 4곳에서 공사를 했고 내년 중반까지 공사 스케줄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한 공사현장. 고시폐지로 고시생이 대거 신림동을 빠져나가면서 고시원을 원룸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최윤아 기자
'신림동 고시촌'이 사라지고 있다. 3.3㎡ 남짓짜리 고시원 방 두서너개를 합쳐 원룸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고시제도 폐지를 앞두고 고시생들이 신림동을 등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2017년에는 사법고시가 완전히 폐지된다. 외무고시도 2013년 없어질 예정이다.

인근 A중개업소 사장은 "한 때 4만명을 넘던 고시생들이 지금은 그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며 "도량천 주변 등 교통이 편리한 일부지역을 빼면 고시원 공실률이 30%를 웃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시원 운영업주들은 주요 고객층을 고시생에서 직장 초년병이나 신혼부부로 바꾸고 있다. 고시원을 최신식 원룸으로 개조하는 것은 이처럼 새로운 타깃의 수요에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안 사장은 "고시원 월세가 실당 15만원이고 원룸 월세가 4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고시원 방 2~3개를 원룸으로 바꿀 경우 임대 수익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수요 확보 측면에선 원룸이 유리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선보이는 원룸의 경우 공실률이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데 비해 구형 고시원은 적어도 30% 이상 빈 방이 수두룩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고시형을 개조한 대학동 원룸의 경우 보증금이나 임대료 수준이 인근 지역의 오피스텔 등에 비해 낮아 젊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학동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만원 짜리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주변 지역 오피스텔의 경우엔 보증금이 통상 500만~1000만원 가량으로 부담이 크다. 월세도 전용면적 11㎡ 기준으로 40만∼50만원 선으로 인근 봉천동 등에 비해 싸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인근에서 전셋집을 찾지못한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많다"며 "리모델링한 신형 원룸의 경우 3분의 2 가량이 신혼부부나 직장인"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구성원이 달라지면서 일대 상권도 변하고 있다. 3000원 안팎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던 상가엔 편의점과 카페가 들어서고 대형 할인마트도 입점하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외무·행정고시 등 3대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 일대를 일컫는다. 30여년전부터 전국의 고시생이 모이면서 '고시의 메카'가 됐고 고시학원·고시서점·고시식당·고시원 등의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신림동 고시촌'으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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