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단기차입 가산 금리도 상승했다. 특히 3년물과 5년물 등 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두드러져 장기 신규 차입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5년물의 경우, 지난 7월 말 104bo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인 8월 말에는 127bp까지 올랐고, 유럽 신용위기가 재차 부각되자 지난 14일에는 153bp까지 상승했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 말(319bp) 보다는 훨씬 낮지만 연중 최고 수준이다.
A시중은행 고위임원은 "외화차입 가산금리가 20~30bp 올랐다"며 "외화자금 사정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화차입을 늘리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얘기다. '빨간불'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경고의 오렌지색 등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롤오버(만기도래 채무 상환 연장)는 그나마 괜찮은데, 신규 차입이 문제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경색되면서 차입선 다변화도 어려워졌다"며 "유럽을 빼면 아시아 또는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미국은 현재 유럽 디폴트를 우려해 돈을 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라인으로 신규 차입은 가능하겠지만 장기 신규는 어렵다"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에 대해 최대한 장기로 롤오버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A 시중은행 고위임원은 "유럽 쪽 차입금이 많지는 않아 큰 지장은 없다"면서도 "롤오버에 문제는 없지만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은행은 전체 차입금 중 33%가 유럽계 자금으로, 영국과 독일, 프랑스 순으로 비중이 높다.
은행들은 당장은 유럽 은행들의 차입금 이탈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입금 다변화를 통해 비중을 줄였고, 미리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연말까지는 괜찮다는 판단이다.
지난 6월 기준 전체 외화차입금의 36%(421억 달러)에 달했던 유럽계 자금 비중은 올 여름 이후 은행들이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하며 30% 안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 요구하는 외화유동성 수준은 위기가 닥쳤을 때 최소 3개월을 지탱할 수 있는 수준. 지난달 말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많은 은행이 이 기준에 미달했으며, 당국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 기준을 맞출 것을 주문한 상태다.
C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단기차입과 중장기차입 모두 순차입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며 "최소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신규차입액을 평소대비 50% 이상 늘렸다"고 전했다.
당국도 최근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내린 프랑스 은행들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가 6월 말 현재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0.5%(3억1000만달러) 정도로 많지 않게 보고 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해외 은행들에게로 불안감이 퍼져 동반 자금이탈이 일어나는 경우다. 이 경우라면 앞으로 3개월, 즉 연말까지 버티는 정도로는 감당이 안 될 수도 있다. 당국도 '현찰 확보'를 일순위로 놓고 금리를 불문하고 필요한 자금은 미리미리 조달해두라는 방침이다.
B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독일계 자금이 많은 편이라 그리스 위기나 프랑스은행 신용등급 강등이 미치는 영향력이 당장은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그리스 위기가 주변국가로 파급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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