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거센 '外風'…"得일까 失일까?"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1.09.15 05:31

해외 유명건축가 고용 증가…"설계 다양화 기대 vs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

국내 주택업계에 외풍(外風)이 거세다. 해외 건축가들이 속속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가 하면 일본 단독주택 건설 전문 업체가 틈새 시장을 노리고 진출했다. 주택 디자인의 다양화에 일조할 것이란 긍정론과 주택도 신토불이가 최고란 관점에서의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주택업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강남 보금자리주택 설계에 일본과 네덜란드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지난해 LH가 주최한 '국제지명현상공모'에 당선되면서다.
▲일본 건축가 리켄 야마모토가 설계한 강남보금자리 A-3블록 조감도. 저층과 고층을 엇갈리게 배치해 공간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 건축학회 작품상을 수상했던 리켄 야마모토는 A-3 블록 디자인을 맡았다. 저층과 고층동을 엇갈리게 배치해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열린공간을 기획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A5블록 설계를 맡은 네덜란드 건축가 프리츠 반동겐은 경사지형에 유럽 전통 주거 형태 디자인을 접목시킨 점이 호평을 받았다.

최근 일본 목조 주택 1위 업체인 미사와홈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 그룹 계열로 표준화된 건축 자재를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서 바로 조립하는 공법으로 유명하다. 용인 동백지구에 견본주택이 있다.
▲ 일본 목조주택 전문업체 미사와홈이 경기 용인에 선보인 모델하우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획일화된 국내 주택 디자인이 다양화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국내 주택시장에선 건설사 브랜드만 있었지 설계 주체가 주목받지 못했다"며 "그동안 도외시 됐던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 유명건축가에 대한 무분별한 선호 현상이 실력 있는 국내 건축가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건축가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많은데 단지 홍보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앞다퉈 외국 건축가를 쓰게되면 유능한 국내 건축가를 발굴하는 데는 소홀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설계 자체가 한국인의 동선과 생활 특성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연구소장은 "하루 24시간을 머무르는 주거용 건물은 한국인의 생활동선·지역특성·기후에 최적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건축사의 작품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주가 외국 건축가를 선호하는 것은 '명품'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며 "이에 자극받은 국내 건축가들이 본격적으로 고급화 경쟁에 뛰어든다면 과잉경쟁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 도미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단 외국 건축가에게 지불하는 설계비용은 국내보다 비싼 편"이라며 "저명한 외국 건축가는 건축주가 비싼 시공비을 이유로 설계 수정을 요구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양가를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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