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도난다면..리먼사태 재현될까?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11.09.14 09:02

대우證, "국내 은행 건전성 강화...外人 엑소더스·원화가치 급락 없을 것"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디폴트가 발생해도 2008년 리먼사태 때처럼 원화가치 급락 등의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리먼사태 이후 국내 은행의 단기채무가 크게 낮아지는 등 건전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14일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리먼사태 처럼 은행의 위기가 재현돼 신용경색과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 이후 은행들의 손실과 자본축소, 신용위험이 전개되더라도 금융시장 전체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08년 가을과 같은 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당시에는 은행들과 경제 주체들이 과도한 신용창출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들의 신용위축이 경제활동과 자산가격에 직격탄이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들이 실물경제와 시중 유동성, 그리고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낮아져 충격의 강도도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 각국과 ECB의 적극적인 시장개입도 충격을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 연구원은 "리먼파산 이후의 충격이 너무 컸던 점을 감안하면 유럽 각 국가나 ECB는 은행 구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은행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 지원에 대한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보다 자국 은행 지원이 훨씬 수월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금융시장도 그리스 디폴트로 유럽 은행들의 위험이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은행 건전성 문제 부각->자금이탈->원화가치 급락 등 리먼사태와 같은 악순환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고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의 단기 해외자금 유출입에 대한 관리 덕분에 국내은행의 단기 채무는 08년 당시의 667억 달러보다 적은 520억 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은행 전체 채무 중 단기채무 비중이 56%이던 것이 40% 초반대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와 이번 위기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도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 확산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이 낮고, 원화가치 하락 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 연구원은 1100원 이상의 환율로 올라선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정도로 예상했다.

고 연구원은 그러나 그리스 디폴트로 선진국의 장기 저성장 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은행의 기능을 대신해서 정부가 부족한 소득과 신용을 보완해 주었는데, 그리스 디폴트는 기타 재정위험국들의 재정개선에 대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 정부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어 성장 둔화와 장기저성장 구도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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