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이의 휘황찬란한 야경은 텅빈 아파트를 감추려는 정신의 빈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케빈 양).
인구가 1003만명이나 되고 면적이 1만7191㎢(경기도(1만184㎢)의 1.7배)로 산둥(山東)성에서 가장 큰 도시인 린이. 남쪽으로는 중국의 최대공업단지인 장쑤(江蘇)성과 닿아있고, 동쪽은 황해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지로서, 도매 및 소매 시장 등이 1010개나 있는 중국 최대의 물류중심이다. 지난해 교역 규모가 1080억위안(18조3600억원)에 달해 린이시 GDP(2400억위안)의 45%에 이를 정도로 물류가 발달돼 있다.
중소 지방도시(중국에선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도시도 중소도시에 속한다)인 린이에서 국가급의 '중국린이시장무역박람회'가 열린 것도 바로 이런 물류중심이란 이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곤잘레스와 케빈이 린이를 평가 절하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대규모로 짓고 있는 아파트와 상가 및 오피스 빌딩 때문이다. 린이시의 중심을 흐르고 있는 이허와 뻥허의 강변은 지금 대규모 공사 중이다. 건물이 다 지어져 페인트 칠까지 끝낸 아파트 옆에 다시 새로운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외관 공사만 끝내고 내부 공사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해 밤에는 불빛이 없는 '유령 아파트'로 존재한다.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도 불 켜진 집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상가는 아직 공사 중인데도 화려한 네온사인 장식을 해 놓은 곳이 적지 않다.
린이시 홈페이지에는 린이의 지난해 GDP가 2400억위안(40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9%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고 나와 있다. 지난해 고정자산투자는 1403억위안으로 22.7% 증가해 GDP 성장률보다 9.8%포인트나 높았다. 이중 부동산투자는 158억위안으로 8.1% 증가했지만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건설면적은 459만㎡(약141만평)으로 22.1% 늘어났다.
린이시의 지난해 재정수입은 115억위안으로 26.2% 증가했다. 이중 절반 가량인 47.8%가 55억위안이 주로 부동산과 관련된 지방세였다. 재정지출은 236억위안으로 121억 적자를 나타냈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전철의 짜오좡서역이 있는 짜오좡시도 린이처럼 우후죽순처럼 지어지는 아파트와 빌딩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짜오좡시와 린이시를 연결하는 206번 도로 가에도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마치 70년대 한국 농촌에서 강제로 지붕개량을 하고,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집은 돈을 지원하면서 새로 지었던 것과 비슷한 광경이다.
린이와 짜오좡에서 확인한 '유령 아파트'는 지난해 중국의 10.4%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이 '콘크리트 성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가설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유령아파트를 감추고 있는 린이의 '정신의 비곤'.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저임금 노동력 공급이 한계점이 다다를 경우(루이스 변곡점)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가 1997년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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