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투자했는데 연매출 190억…국내 신약개발 현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1.09.08 15:47

LG생명과학 팩티브 R&D투자 3천억 가장 높아…동아제약 스티렌 성공모델 평가

국내 제약사들이 적잖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신약을 개발했지만 상업적인 성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생명과학의 경우 3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정이 지난해 국내 보험청구액 1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매출 173억원을 합쳐도 190억원에 불과하다. 20년을 꾸준히 팔아야 R&D비용 정도를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다.

글로벌 신약은 개발에 성공할 경우 1~5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또 각종 특허로 15~20년간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 충분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돼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에 따라 무턱대고 신약개발에 나서기보다는 상업성을 고려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8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중 연구비가 가장 많았던 것은 LG생명과학의 항생제 신약 팩티브로 총 3000억원의 R&D비용(GSK 투자비 2500억원 포함)이 소요됐다.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의 R&D비용은 1118억원으로 두 번째로 돈이 많이 든 신약으로 기록됐다.

유한양행의 소화성궤양치료제 레바넥스의 R&D비용은 400억원이었으며 일양약품의 위궤양치료제 놀텍은 300억원, 보령제약의 고혈압약 카나브 282억원,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200억원의 R&D비용이 들었다.

이밖에 신약 개발 비용이 100억원 이상이 든 경우는 동아제약의 위염치료제 스티렌(180억원), 종근당 항암제 캄토벨(150억원), SK케미칼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150억원) 등이다.


국내 제약사의 규모에 비해 많은 R&D비용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실적이 있는 국산 신약 14개 중 연 매출이 100억원이 넘는 제품은 동아제약의 스티렌(836억원)과 자이데나(163억원), SK케미칼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정(263억원), 부광약품 레보비르(125억원) 등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신약은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에도 못 미쳤으며 일부는 연매출이 10억원도 안됐다.

일반적으로 신약은 출시가 되면 상당 기간까지는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새로운 약물이 등장하면 매출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사이클을 보인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의 경우 이 같은 흐름과 달리 신약 출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제약사 신약개발 담당이사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내놓는 신약과 달리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은 기존 의약품의 효능을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비슷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을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제약사의 의약품들이 국산 신약보다 더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친다"며 "국산 신약이 가지는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재천 신약개발조합 상무는 "국내 신약의 경우 이를 팔 수 있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혁신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독점권을 보장받더라도 R&D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동아제약의 경우 스티렌과 자이데나로 적잖은 상업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김순회 동아제약 연구본부장은 "신약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뛰어난 약효는 물론 시장성이 높아야 한다"며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비용투자로 개발된 신약이 경제성을 지녀야만 제2의 제3의 신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본부장은 "스티렌은 현대인의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서구화된 음식소비 증가등으로 인해 위염발생률이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위염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발률을 낮추는데 주력했다"며 "신약개발 이후 지난해까지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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