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수술 거부…'수술칼' 파는 日 기업만 웃었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11.09.08 05:00

올림푸스, 수술용 '칼' 공급중단 무기로 협상 우위...수입가 13만원을 40만원에

위암제거 칼 모습. 내시경 앞머리에 달려있는 미세한 칼이 암덩어리가 자라는 위 점막을 360도 회전하며 도려낸다.
의사들이 조기 위암을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의 의료보험 수가가 낮아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시술을 집단거부, 복지부가 한발 물러서 보험수가를 높여주겠다고 하자 일본기업이 크게 웃었다. 위암수술용 칼을 파는 올림푸스가 이번 보험수가 재산정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ESD의 보험 적용 기준을 `2㎝ 이하 위암'으로 한정하고 시술비를 5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자 전국 대부분 병원이 ESD를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중단했다. ESD는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과 달리 내시경과 칼만을 사용해 암부위를 360도로 절개해 도려내는 시술법이다.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들이 임의로 250만원가량 받았지만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정부가 정한 30만~50만원 정도만 받게 되자 전국 대부분 병원은 시술용 '칼'의 비용(40만원)도 안된다며 시술을 중단하고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이번 사태의 쟁점이 된 시술에 들어가는 핵심재료인 수술칼을 공급하는 올림푸스는 당장 있을 보건당국과의 추가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올림푸스는 1919년에 설립된 일본 광학전문기업으로 2000년에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해 국내에선 카메라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의료시장에도 진출, 의료내시경을 필두로 다양한 의학기기를 개발·보급해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ESD에 쓰이는 칼은 국내에서만 한해 6000개가량(개당 40만원 기준 약 24억원) 판매되며 전체 시장의 75%가량을 점유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7월 초 가격산정을 위해 원가제출을 요구하자 올림푸스는 40만원가량을 요구했다"며 "올림푸스가 관세청에 신고한 수입원가는 13만원이었기 때문에 40만원으로 산정한 근거를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판매 2위 제품의 원가 약 5만원의 1.78배인 9만4950원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제품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모든 ESD용 칼가격을 일괄적으로 매기려는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림푸스는 확정고시가 나기 이틀 전인 8월30일 거래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공급불가' 공문을 보냈다. 일부 병원에서는 올림푸스가 재고로 쌓아둔 물량까지 회수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술 집단거부 사태로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복지부는 조정신청을 통해 올림푸스의 수술칼 가격을 수입원가 13만원보다 10만원가량 많은 24만원까지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림푸스도 `그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민원사태에 아쉬운 쪽은 복지부였고 가격은 며칠 만에 2배 넘게 올랐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결국 올림푸스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격협상에서 성공한 것"이라며 "희귀의약품 등 특허권이나 독점시장을 형성한 업체들이 공급중단을 무기로 협상에서 우위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환자들은 휘둘릴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일본 수술 칼 공급업체 앞에서 한국 국민도, 정부도, 의사들도 단칼에 쓰러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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