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프랑 안전자산 포기선언에도 금값 하락 왜?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9.07 15:28
금은 달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값은 떨어진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6일(현지시간) 대표적인 안전통화인 스위스프랑을 '못난이 통화'로 전락한 유로에 고정(페그)시키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음에도 금값이 0.2% 소폭 약세를 보인 것은 달러 가치가 스위스프랑 대비 급등한 여파였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이날 0.2% 하락한데 이어 7일 전자거래에서도 온스당 33.70달러, 1.80% 떨어진 1839.50달러를 지나고 있다. 전자거래에서 금값 상승은 전날 뉴욕 증시가 선방한데 따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랠리하면서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스위스프랑이라는 안전자산 하나가 안전자산이기를 '거부'하고 있어 금의 '몸값'은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금융회사 글러스킨 셰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일본이 대대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스위스가 스위스프랑의 안전자산 지위를 포기하면서 이제 마지막까지 견고한 안전자산은 유일하게 금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국채는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금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부채 부담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SNB의 '핵폭탄급' 외환시장 개입 이후 안전자산의 승자는 달러와 미국 국채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0.9% 가까이 올랐고 미국 국채는 랠리를 이어가며 수익률이 1.98%로 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반면 금값은 약세를 보이며 안전자산 쟁탈전에서 패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데일리FX의 계량전략가인 데이비드 로드리게스는 "세계 주요 통화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결국 안전을 추구하는 글로벌 자금은 금 외에 갈 곳이 별로 없다"며 "금은 점점 더 안전자산으로서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금값이 고점을 쳤다며 금 매도를 권고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데니스 가트먼은 이날 오전 주요 금 보유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매도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금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SNB의 유로 페그제 선언 이후 "매우 특이한 이벤트"라며 안전자산으로서 매력 때문에 금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다. 그는 "지금까지 스위스프랑은 자본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갑자기 유로존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또 "금이 온스당 1900달러를 넘었을 때 보유하고 있던 금 3분의 2를 팔았던 것을 후회하지만 이후 금 매도 포지션의 절반을 교체했다"며 "수익률이 더 높고 안정적인 비 달러 통화로 금을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가트먼은 "중앙은행들이 금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불안감이 있지만 SNB의 유로 페그제 도입으로 금은 살아남을 것이고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맥알바니 파이낸셜 그룹의 데이비드 맥알바니는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가 파산 리스크가 높은 상황(선진국의 부채가 많다는 의미)"이라며 "이런 우려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귀금속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지금 선진국들은 재정적자로 긴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댈 데라고는 통화정책밖에 없다"며 "지금 금값과 관련해 궁금한 한 가지 의문은 선진국들의 통화완화책으로 각국 통화 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적인, 또는 조율된 통화 가치 절하가 앞으로 2주일, 두달, 심지어 2년간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투자자들은 통화 가치 절하가 금값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묻게 될 것"이라며 통화완화에 따른 금값 랠리를 예상했다.

투자 전문사이트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마크 허버트도 금 투자자들의 심리지표를 봤을 때 "금 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3일 금값이 장중에 온스당 1929달러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뒤 이틀간 장중 저점 1702.80달러까지 폭락하면서 금시장의 낙관적인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으며 이는 역발상적인 심리 지표상 금값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허버트 파이낸셜 다이제스트가 추적하는 투자레터의 단기 금 추천 비중은 현재 40.3%로 금값이 지금보다 온스당 300달러 더 낮았던 지난 7월말 6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허버트는 "금값이 7월말 대비 18% 더 올랐지만 단기 금 추천 비중을 봤을 때 금에 대한 낙관적 심리는 당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투자레터들이 시장의 등락에 따라 낙관 정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값이 올랐음에도 낙관 심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역발상적인 심리 지표상 금값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금시장에는 타고 올라갈만한 "우려의 벽(Wall of worry)"이 상당히 견고하게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상으로도 금값은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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