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부동산에세이]부동산 투자, 문화적 식견 키워라

머니투데이 김현호 DA그룹 대표 | 2011.09.29 07:22
지난 6월 뉴욕에서 하이라인(HighLine·고가 폐선철도를 활용한 공원) 2구간이 공개됐다. 하이라인 탄생으로 버려졌던 폐선철도와 도축장만 있던 장소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 됐다.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시게루 반, 렌조 피아노 등이 설계한 건물이 들어선 하이라인 주변 동네는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적 아이콘 중 하나가 됐다. 문화를 테마로 한 뉴욕의 부동산 가치 중심이 하이라인 부근과 첼시를 중심으로 새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사놓고 묻어둔 뒤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풍경이다. 우리나라의 묻지마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교통, 학군, 아파트브랜드에 얽매여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도시인 뉴욕의 변화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이 이미 과거 유물이라는 사실을 거꾸로 알려준다.

이제는 주택, 상가, 오피스 등 어떤 부동산이든 문화테마를 갖는 곳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삼청동 갤러리, 가회동 한옥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문화, 청담동 패션거리, 이태원 '꼼데가르송' 거리의 이국적 상업문화 등이 대표적 문화테마를 바탕으로 한 곳이다.

이들 지역은 주변보다 독특한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간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들은 하루아침에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게 아니다. 도심에서 가볍게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받아들이며 생겨난 문화가 바로 이러한 지역과 거리를 만든 것이다. 문화가 지배하는 지역 부동산은 대중교통이 편한 곳도 아니다.

과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떠오르는 부동산은 대중교통 접근이 어렵고 주차도 불편한 곳이 많다. 그러나 오히려 접근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그 장소에 가기 위해 걸어가는 과정과 가로환경 그 자체가 문화적인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장소의 부동산이 계속 각광받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과거 패션문화지역으로 손꼽혔던 압구정 거리나 젊은 대학생의 열정으로 가득했던 홍대 거리는 이제 더이상 도시 문화공간으로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다.

공간을 규정짓는 문화가 먹고 마시는 장소와 일탈적 행동으로 변모하기 시작하면 이런 문화거리만의 장점이 사라지고 그 장소가 지닌 미래의 수명을 단축시킬 것이다.

이제 전세계 문화를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즐기는 정보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는 글로벌 정보시대에 어떤 문화테마 장소가 나타나고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식견이 새로운 부동산 재테크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문화적 식견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이제 부동산 재테크를 하는 모든 이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안목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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