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리아는 코리아가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1.09.06 15:16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언론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일 제주도에서 언론진흥재단(KPF)과 유럽 저널리즘 센터(EJC)가 양측의 상호 보도 양상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한국은 유럽을 어떻게 보는지, 반대로 유럽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두고 양측 기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내심 월드컵이나 G20 정상회의, 대구육상선수권대회를 떠올리며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독일어판 파이낸셜타임스(FT)의 클라우스 헥킹 기자는 "한국 관련 보도의 최우선은 북한"이라며 "삼성이나 현대차의 산업 경쟁력은 그 다음"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바티칸 라디오의 파우스타 스페란자 기자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가 다뤄진다"고 거들었다.

네덜란드의 프리랜서 기자 피터 테퍼의 경험담은 흥미롭지만 씁쓸했다. 동료들과 판문점을 방문, 사진을 찍어 본국의 어머니에게 전송했더니 "그렇게 위험한 나라에 가도 괜찮은 거냐"는 걱정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한국이 해외에 좋은 이미지로 비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경제성장, 민주주의 등 값진 성취를 국제사회가 당연히 알아주리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코리아의 모습을 최우선으로 규정하는 것은 또다른 코리아, 즉 북한에서 유래한 불안과 갈등의 그림자였다. 유럽 언론인들은 "해외에서 그냥 코리아라고 하면 남북한을 혼동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앞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경제와 문화에 단서가 있었다. 헥킹 기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급속히 발전했다는 점이 대단히 놀랍고 독일의 경험과도 유사하다며 "한국은 아시아의 독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방송 ERT의 포티스 카파라키스 편집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았던 한국은 그리스에게 위기극복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티야 비체 라디오프랑스 기자는 K팝을 좋아한다며 자신의 TV도 한국기업 제품이라고 말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양측 교류가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이와 같은 언론 교류가 확대돼 서로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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