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자발적 장기투자는 없다

머니투데이 장득수 현대인베스트먼트 전무 | 2011.09.06 11:35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하루에 코스피지수가 180포인트 넘게 빠지기도 하고, 20일 동안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기도 하는 등 전례 없어 보이는 주가 하락에 투자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증권시장에서 20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가 20% 넘게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코스피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 8월의 하락은 35위권에 드는 비교적 얌전한(?) 하락이다. 주가 변동성만 봐도 그렇다. 하루에 주가가 2%포인트 이상 변동한 날수를 살펴보면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총 거래일 중 11%만이 2%포인트 이상 변동했다. 반면 인터넷 거품 시대였던 2000년에는 44%, 2008년 금융위기에는 전체 거래일수 중 27%가 2%포인트 이상 주가가 변동했다.

긴 시간을 놓고 볼 때 지금의 주가변동이 그렇게 놀랄 만한 것도 아니고 충격적인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위기 이후 주가는 2009, 2010년 각각 50%, 20%에 달하는 상승세를 보여왔다. 특히 주가 상승의 주역이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믿어지는 대형주 중심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하락에 심리적인 충격이 더해져 더 놀란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심할 때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시간이 변동성을 줄인다며 장기투자를 권한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몇십 년을 투자해 몇 %의 수익을 올렸고, 어떤 이는 삼성전자를 80년대에 사서 아직도 갖고 있다는 둥 장기투자의 장점을 강조한다.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고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오래 투자해야 한다는 것일까? 코스피를 기준으로 현재까지 30년을 투자했으면 연평균 수익률은 9.3%지만 20년을 투자하면 5.8%, 10년을 투자하면 10.5%이다. 필자처럼 1988년 처음 증권시장에 입문해 23년간 투자했다면 운나쁘게도 연간 수익률은 3.2%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2000년까지 꾸준히 주가가 상승할 때는 장기투자의 장점이 부각됐지만 2000년 이후 잇단 주가 대폭락과 이에 따른 부진한 수익률로 인해 장기투자에 대한 매력이 줄었다. 한국에서도 좋은 사례만을 들어서 그렇지 90년대에 은행주를 샀거나 2000년대 통신주 등 그 당시 최고의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갖고 있다면 본전은커녕 심한 경우 원금이 대부분 날아가는 아픔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좋은 증권시장과 좋은 주식의 조건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유동성인데 필요할 때 거래하지 말고 장기투자하라는 것은 불편하다. 그리고 주식을 진짜 장기투자하는 것은 지분이 중요한 대주주나 워런 버핏 같은 대가나 할 일이지 우리와 같은 보통 투자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요즘처럼 4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가 2~3년에 한 번 나타나 그동안 모은 돈을 송두리째 빼앗는 시대에 장기투자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 적합한 투자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관심종목을 5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아닌데 수많은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종목 중 외국인이 팔지 않는 종목으로 5개(대형주 3개, 중소형주 2개)만 골라 장사 잘되는지 확인도 하고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면 된다.

둘째, 거래횟수를 줄여야 한다. 한 번 잃으면 만회하려고 다시 달려들고, 한번에 복구하려고 미수에 신용에 파생까지 간다. 어차피 소액주주 명예도 없는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보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이 길어야 한다. 만루홈런으로 인생역전보다 짧게 끊어 치는 안타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사고 팔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셋째, 10% 이상 깨지면 무조건 매도해라. 내가 아는 한 소액투자자 중 자발적인 장기투자자는 없다.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장기투자화된 것이지 스스로 그렇게 오랜 기간 투자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다.

넷째, 이도저도 귀찮으면 주식형펀드에 넣자. 요즘 펀드매니저들 위험관리를 잘하고 운용도 야무지다.

투자방법으로 Eat Well(잘 먹고 잘 살자, 장기투자) 접근법과 Sleep Well(발 뻗고 자자, 단기투자) 접근법이 있다. 요즘 같은 변동성의 시기에는 Sleep Well 접근법이 효과적인 방법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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