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사라진 공시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1.09.04 18:15
지난 1일 점심 무렵, 한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소속 연예인이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는 공시가 떴습니다. 2년 동안 17억원.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요.

계약 공시의 경우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이날 공시는 최근 엔터주 강세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겁니다.

문제는 이튿날 해당 공시가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기자도 해당 업체로부터 관련 공시를 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기사를 썼느냐는 문의를 받고서야 공시가 삭제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금감원과 거래소 관련 부서에 문의했을 때 처음 들었던 답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애초에 그런 공시가 있지 않았다는 얘기부터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무자도 모르게 임의로 삭제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발뺌과 전화 돌리기가 이어졌습니다.

한참 전화 승강이 끝에 금감원 담당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거래소 쪽 공시업무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감원 공시시스템은 거래소 시스템과 연동돼 게시되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공시가 삭제되면서 함께 사라졌다는 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거래소 담당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해당업체에서 계약 경과 자료를 보냈는데 신규 계약처럼 보내왔고 거래소 공시 처리 과정에서도 실무자의 실수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고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했습니다."

계약 내용을 중복 공시해 투자자에게 혼선을 주고선 뒤늦게 수습하겠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슬그머니 해당 공시만 삭제했다는 얘깁니다. 거래소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어떤 공지도 투자자들에게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 투자자는 "이미 공시를 본 투자자 입장에서 별도 공지가 없다면 이런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믿었던 거래소에까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거래소는 불성실 공시와 관련해 벌점을 부과해 일정 점수가 넘으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제재하고 심할 경우엔 상장을 폐지시키기도 합니다. 잘못된 공시가 올라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진 이날도 거래소는 옴니텔 등 5개 업체를 불성실공시로 지정하고 엔하이테크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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