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코닥 전화통 불난다, 왜?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11.08.31 11:10

IT 특허전쟁에 보유특허 가치 부각, 소송전서 특허판매로 전략변화…"삼성도 입질할 것"

필름카메라 시절, 이스트먼코닥(이하 코닥)은 카메라 필름의 최강자였지만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는 등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명성과 매출을 동시에 잃었다. 그래도 변화를 받아들여 최근에는 디지털사진과 디지털프린팅에 주력하며 창사 12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6년이나 적자를 낼 정도로 경쟁력이 땅에 떨어진 상태다.

코닥은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바로 특허다. 코닥은 오랜 전통의 기업인만큼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보유 특허 중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 미리보기(프리뷰) 기술 특허는 가치가 높다. 이 특허의 사용료는 무려 10억 달러를 호가한다.

이미지 미리보기 기술은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인터넷 회사들에 필수적이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말렛 MDB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이 이 특허에 입질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최근 IT업계에서 특허전쟁이 벌어지면서 코닥이 가진 특허들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구글은 특허권 보유 목적으로 모토로라를 인수했고 애플도 거액을 들여 6000개가 넘는 노텔네트웍스의 특허권을 사들였다. 이런 때에 코닥의 몸값이 뛰는 것도 당연하다. 코닥이 특허권을 성공적으로 팔고 있다는 30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올해 30% 넘게 하락하던 코닥의 주가는 12% 급등했다.


상황 변화를 인식한 코닥은 최근 특허 관련 전략을 바꿨다. 그동안은 애플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IT기업들에 소송을 걸었지만 이제는 특허를 전략적으로 팔고 나섰다. 소송에 금전적·시간적 비용을 쏟아붓는 대신 차라리 적절하게 특허를 팔아 현금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 변화다.

코닥은 지난달 약 1100개의 특허를 매각 목적으로 시장에 내놨다. 30억 달러 이상의 가치 평가를 받았고 수많은 기업들이 노크했다. 지난 2005년부터 코닥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페레즈 코닥 CEO는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며 "많은 기업들이 특허 매입을 위한 기밀유지협약서(NDAs)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페레즈 CEO는 "특허를 팔면 많은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다툼만 벌일 것"이라며 "지적재산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지금이 바로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매각하려는 특허들은 회사의 핵심사업이나 미래와는 관계없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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