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햇살같은 국민연금'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1.08.29 16:43

보건복지부가 29일 국민연금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29일 대대적인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지난 6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출발점이다.
몇몇 국민연금 직원들은 자신의 후배가 근무하는 증권사에 더 많은 자금이 돌아가게끔 순위를 조작하고 별다른 검토 없이 규정 이상의 운용 수수료를 지급했다. 거래 증권사로부터 술 접대를 받고 내부행사 비용은 떠넘기는 등 당시 감사에서 드러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모습은 국민의 노후를 관리하는 기관으로서의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이번 혁신방안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간 철저히 함구해왔던 운용사 선정 기준 등을 공개하고 내부통제도 '일벌백계'를 천명했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외국 연기금 이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역시 기대가 적지 않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위탁 운용사 선정에서 탈락돼도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국민연금이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국민연금은 '슈퍼 갑'으로 통칭된다.

올해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운용 규모는 340조원, 이중 국내 증시에만 60조~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0년 전인 2001년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 규모는 약 78조원에 불과했다.
물론 국민연금의 막대한 기금 규모가 '슈퍼 갑'이란 말을 만드어낸 전부는 아니다. 그 이면엔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와 거래 증권사나 운용사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에 대한 불만이 숨어 있다.

몸집은 이렇게 급격히 불었지만, 외적 성장 속도를 내실이 따라가지 못하면 '덩치 큰 어린애'라는 비아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광우 국민연금 관리공단 이사장은 매일 아침 라디오 광고에 나와 "햇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싹을 틔운다"며 국민연금의 보이지 않는 기여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모습은 이같은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게 관련 업계나 일반인들의 인식이다.

'혁신안'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정말로 국민과 시장에 햇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아직 시장은 '반신반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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