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 "집값 폭락 vs 하락 없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1.08.29 20:53

[기획 - 부동산시장 큰 손 '베이비부머'의 은퇴(2)]

편집자주 | 1955∼63년에 태어난 이른바 '1차 베이비붐' 세대는 728만명(전체 인구의 14.9%)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55년에 태어난 한국의 첫 '베이비부머'가 55세를 맞아 은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들의 40% 이상인 임금근로자(약 300만명)가 앞으로 7∼8년간 직장에서 줄줄이 은퇴할 전망이다. 우리 사회의 주축인 베이비부머의 집단퇴장은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의 70∼80%를 부동산으로 보유한 이들의 은퇴는 주택시장, 더 나아가 부동산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현재 모습과 이들의 은퇴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 집값 폭락 : 美·日도 베이비붐세대후 장기 약세
- 일단 유지 : 은퇴 직후보다 15~20년 후 유동화


부동산시장에선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대세하락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베이비부머의 자산은 주택 등 부동산에 편중돼 있어 노후생활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는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집을 살 수 있는 경제활동 수요는 감소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하락론의 뼈대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집값의 대세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뿐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 사회·문화요인, 주택시장 트렌드 등 다른 요인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진 건 집 1채뿐…주택처분-가격하락 불가피"
손은경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주택시장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구조를 살펴보면 가계부채를 지렛대 삼아 부동산 자산을 늘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하면 부채상환 부담으로 부동산 처분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자녀의 학비나 결혼자금 지원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는 점도 베이비부머의 자산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며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금리인상, 금융권 대출 회수 등이 이뤄지면 부동산 처분,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미국 등의 집값이 베이비붐 세대 은퇴 후 하락한 전례도 한 근거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본은 199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 러시가 시작되면서 집값이 장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며 "어느 나라나 인구 변화와 주택가격 변화 추이가 비슷한 만큼 한국도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 장기적으로 집값 하락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처분보다는 일단 유지…다운사이징도 천천히"
올 연말 정년을 앞둔 대기업 사내연구소 연구원인 이정민씨(가명·56)는 주말마다 경기도 일대를 돌며 전원주택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퇴직 후 당장은 아니지만 딸이 결혼하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수도권 외곽으로 옮길 생각이다. 전원주택을 짓고 남는 돈으로는 매달 월세가 나오는 소형 오피스텔이나 상가에 투자할 계획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더라도 당장 주택을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해 마지막까지 집 1채만은 지키려는 성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은퇴 직후 바로 집을 처분하기보다 한동안 퇴직금, 예금, 재취업 등으로 생활자금을 융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현황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국내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연령은 73세로 은퇴 후 약 15∼20년 뒤 주택을 유동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목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팀장은 "주택연금은 2007년 출시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70∼80대가 대부분"이라며 "60대 초반에 주택을 맡기는 비율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퇴 직후엔 주택규모를 줄이거나 가격을 낮춰 옮기는 '다운사이징'에 대한 관심도 덜하다.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령대별 1인당 주거면적 통계를 살펴보면 60대 이상의 주거면적이 40, 50대보다 넓다"며 "종전보다 좁은 집에 살거나 집값이 싼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는 것 모두 생활여건이 악화되는 만큼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다운사이징을 꺼리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있다. 이상영 명지대학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부채를 지고 높은 가격에 주택을 매입해 은퇴 후에도 부동산 자산비중을 바로 줄이기 어렵다"며 "집값 약세가 장기화되고 소득·연금이 충분치 않으면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은 노후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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