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매매, 기관 멸종...'11·11사태' 언제든 가능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1.08.29 06:06

[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④선물옵션


-외국인 프로그램 매매 비중 2년새 4배 이상 급증
-막강한 자금력 바탕, 시장 충격
-기관참여 유인책 절실, 금융위 차원 한계


과세형평을 위해 공모펀드, 연기금 등의 주식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리면서 프로그램 매매 시장의 투자자 구조가 크게 왜곡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에 비해 불리한 매매조건 때문에 공모펀드 등 국내 투자자의 참여가 크게 줄면서 '외국인들만의 투전판'이 됐다는 비판이다. 외국인의 대량매물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줄 국내 투자자가 없어 인위적인 시세 조종 가능성이 커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 지난해 11월11일 도이치증권 계좌에서 장막판 쏟아져 나와 증시를 폭락시킨 2조원 이상의 '매물폭탄'도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이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25일까지 프로그램 차익거래 규모는 76조8034억원으로 2009년 같은 기간의 72조7953억원에 비해 5.50% 늘었다.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을 감안하면 그리 크게 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별 구성비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체 차익거래에서 국내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91.51%에서 올해 15.28%로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외국인이 차익거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35%에서 31.74%로 확 늘었다.

외국인의 비중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높아진 것은 지난해부터 공모펀드 등 기관들과 연기금 등 국내 투자주체들이 프로그램매매 시장에서 대거 빠져갔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까지는 공모펀드와 연기금 등은 '주식시장 육성' 명목으로 거래세 면제혜택을 받았다. 사모펀드나 개인투자자 등 여타 국내투자자나 외국인은 0.3%의 거래세를 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2008년 마련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지난해부터 공모펀드 등 국내 기관과 연기금도 로그램매매에서 얻은 수익의 0.3%(30bp)를 거래세로 내야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모펀드 등 여타 국내투자자는 물론 외국인에 비해서도 일종의 혜택을 줬다가 지난해부터 과세형평 차원에서 과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생상품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 증권사의 파생담당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매매를 통한 1년 기대수익률은 7~8%에 불과하다"며 "기관 등 국내투자자의 경우 조달금리만 3~4%에 이르는 만큼 지난해부터 부과된 증권거래세의 타격을 더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제로금리에 가까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준금리가 높은 환경에 있는 국내투자자의 차이가 있는 만큼 기재부의 과세조치는 실질상 국내투자자를 역차별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특정세력이 주도하는 시장의 불균형 구조가 문제"라며 "국내 기관투자자에게는 프로그램매매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만큼 이들을 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지금은 우정사업본부 등으로 구성된 국가·지자체가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89%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도 내년부터 증권거래세 면세혜택이 없어진다.

금융위원회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기관의 시장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범 정부차원의 인식공유 없이는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닌 만큼 재차 공모펀드 등에 면세혜택을 주는 방안은 강구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프로그램매매

사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기계적으로 현·선물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차익거래는 코스피지수 현물과 선물간 가격차이를 활용해 자동적으로 체결되도록 한 거래를 이른다. 이론적으로 동일한 자산인 코스피200종목들과 코스피200지수선물의 가격은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시황에 따라 현·선물 가격이 넘나들곤 한다.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비싸지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현물 주식을 매수하고 동시에 고평가 된 선물을 매도한 뒤 원래 수준으로 복귀할 경우 반대로 고평가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 거래를 청산해 차익을 얻는 게 프로그램 차익거래다.

비차익거래는 선물과 무관하게 코스피200구성종목 중 15개 종목 이상으로 바스켓을 구성한뒤 바스켓 전체를 일시에 거래하는 형태를 이른다. 차익거래, 비차익거래 모두 큰 물량의 주식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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