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시간'이다.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이벤트'인지, 아니면 인내심을 요구하는 '구조적 문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기회비용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학습효과를 믿고 대출 받아 시장에 뛰어 들었던 투자자라면 지금은 높은 이자만 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가 혈관이 갑자기 막힌 것이라면 지금의 재정위기는 팔이나 다리 하나가 부러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혈관이 막힌 것은 생명에 치명적이지만 팔·다리 골절은 생명과는 무관하다. 대신 막힌 혈관은 응급수술로 뚫을 수 있지만 부러진 팔·다리는 뼈가 완전히 붙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전 형성됐던 주가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우리 경제도 견조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제가 잘못됐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가 세제개편 발표를 1주일 미루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거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도 불확실성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능하다면 세제개편 발표를 더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을 확정하기에는 아직 불확실한 변수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격언은 증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적용 된다"고 말했다. 골짜기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때는 바닥이 어딘지를 확인한 후 정책을 써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학습'한 게 '역효과'일 수도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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