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부도 부르는 고리대 유혹, 이자수입>영업이익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 2011.08.23 12:05

[차이나 워치]위탁대출이라는 합법적 고리대금업 성행

“연12%에 위탁대출 1억4000만위안(238억원), 매년 이자수입이 1680만위안(28억5600만원)으로 한 분기 순이익 1369만위안(23억2730만원)보다 많음”(치앤장셩화(錢江生化), 1월14일 공시).

“연20%로 1억5000만위안 위탁대출, 1년 이자수입이 3000만위안으로 6개월 순이익 3620만위안에 근접”(우한지앤민(武漢健民) 2월18일 공시).

중국에서 ‘위탁대출’을 통해 본업에서 버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올리는 상장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저 12%에서 최고 21.6%에 이르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상장사들을 위탁대출로 유혹하고 있지만, 위탁대출을 받은 기업의 상당수는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채무불이행 등의 위험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지난 상반기 중 사회융자 및 위탁대출은 전년동기보다 7028억위안(119조4760억원) 늘어 전년동기의 증가액(3829억위안)보다 120%나 급증했다고 인민일보가 23일 보도했다. 또 기업정보업체 Wind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에 위탁대출을 공시한 상장회사는 86개사로 작년동기보다 32.3%나 증가했다.

위탁대출이란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 정부기관 개인 등이 위탁업무를 하는 은행을 통해 대상 용도 금액 기간 이자율 등을 지정해 대출하는 합법적 자금운용 방식이다. 규정상으로는 최저금리는 1년만기 대출기준금리(현재 6.56%)보다 0.9%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최고금리는 1년만기 대출기준금리에 1.7을 곱한 수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민은행의 잇단 지준율 및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긴축으로 위탁대출 금리는 12~21.6%로 치솟고 있다. 연36~60%에 이르는 일반 사채금리보다는 낮지만 기준금리보다는 2배~3배나 높은 수준이다.


징산칭지(京山輕機)는 연15%에 6000만위안을 6개월 동안 위탁대출해 450만위안의 이자수입을 올렸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보다 12% 줄어든 174만위안. 이자수익이 없었다면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위탁대출은 최근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단기적으로 긍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익이 많으면 위험도 높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보다오(波導, Bird)는 지난해 위탁대출 이자수입이 1628만위안으로 전체 순이익 4225만위안의 38.5%에 달했다. 지난 1분기에는 위탁대출 이자수입 비중이 42.6%, 상반기에는 50.7%로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보다오가 지난해 4월 지아퉁(交通)은행을 통해 칭하이중진(靑海中金)창업투자회사에 9000만위안을 위탁대출해 주었는데, 만기가 지난 뒤에도 원리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항이롱통 위에띠엔리 라이인즈예 등 위탁대출을 해준 상장 회사 가운데 여러 회사는 만기가 6개월~1년이 지나도록 원리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출해준 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위탁대출 해준 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중소기업 담당자는 “위탁대출금리 20%는 제조업이 올리기 어려운 이윤율”이라며 “급전이 필요한 중소제조업체가 높은 금리로 위탁대출을 받은 뒤 갚지 못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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