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으로 이전한 식약청, 지금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1.08.24 06:00

[공공기관 이전의 재발견] 식약청, 오송으로 이전 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충북 오송 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이전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사례는 수도권 공공기관이 지방 소도시로 이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

식약청에서 근무하는 김지영(34세·가명)씨는 매일 아침 출근이 전쟁과 같다. 아침 7시 반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5시면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6시30분에 남편을 깨우고 집을 나선다. 아들(7세)과 딸(5세)을 준비시켜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은 남편 몫이 됐기 때문이다.

<오송 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이전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사 전경>

오송 행정타운의 저녁 퇴근시간 풍경도 마찬가지다. 퇴근버스가 매일 오후 6시30분 정각에 출발하기 때문에 6시만 되면 직원들의 마음이 바빠져 일을 마무리 짓느라 분주하다. 이렇다 보니 출퇴근 직원들이 버스 안에서 지내는 시간만 하루에 4~5시간이다.

식약청, 보건산업진흥원,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국립보건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등 6개 기관 직원 2384명은 지난 3월 말 오송으로 이전을 마쳤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배우자 직장, 자녀 교육 문제로 이주하지 않고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910명(38%)에 달한다. 식약청이 340명으로 가장 많고 질병관리본부(국립보건원 포함) 300명, 보건산업진흥원 100명,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100명, 보건산업진흥원 70명 등이다.

KTX로 출퇴근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오송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40% 이상이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선택했다. 주중에 관사나 인근 원룸에 거주하다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직원들까지 합치면 실제 정착률은 50% 안팎이다.


이처럼 저조한 정착률은 오송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나마 오송에 정착한 이들도 교통, 교육, 병원, 쇼핑 등 생활편의시설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인근 세종시로의 이사를 손꼽아 기다린다. 세종시는 오송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2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 식약청에 다니는 한 직원도 세종시 아파트를 청약했다고 귀띔했다.

경제적 부담도 늘었다. 통근버스비는 월 5만~6만 원으로 저렴하지만 KTX를 이용할 경우 정기권은 33만원을 넘는다. 통근 버스를 놓칠 경우 KTX를 타야하기 때문에 저녁 회식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출퇴근 부담 때문에 직장을 떠난 이들도 6개 기관을 합쳐 100여 명에 달한다.

업무효율도 서울에 있을 때보다 상당히 떨어졌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업무상 자주 만나야 할 보건복지부, 제약사, 병원들이 서울에 있다 보니 대부분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고 업무의 상당부분이 서울에서 이뤄진다. 결국 일주일에 2~3일은 출장으로 사무실을 비우는 직원들이 많아 행정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출퇴근이나 서울 출장을 오고가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면서 업무의 비효율성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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