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회복, 이머징 '연착륙'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1.08.19 07:35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회복의 모멘텀을 되찾기 위해서는 유럽의 재정위기 해소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머징 국가의 `소프트 랜딩(연착륙)`과 성공적인 물가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이 의존할 곳이 이머징 시장 밖에 없는데다, 때 마침 이머징 국가들이 고성장에 따른 과열 문제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는 그동안 호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남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에도 유로존이 근근이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강력한 독일 경제 덕분이었다. 그러나 독일 경제가 올 2분기 들어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독일 경제, 더 나아가 유럽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는 지난 16일 유럽 17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으로 0.7%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관측부터 더블딥(경기가 회복되다 다시 위축되는 현상)에 빠질지 모른다는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의 급격한 성장 둔화에 따른 충격이 상당하다. 독일의 성장률은 지난 1분기만 하더라도 연율 5.5%에 달했다. 미국의 0.3%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마치 호황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은 연율 0.5%로 곤두박질쳤다. 전 분기에 비해선 0.1%만 성장했다. 사실상 성장이 멈춰선 것이다.

글로벌 여건 악화로 어느 정도 둔화는 예상됐다. 그러나 독일의 성장률이 연율 0.5%까지 떨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측을 못했다. 컨설턴시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케온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독일의 갑작스런 성장둔화가 `특히나 충격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유럽의 경제 둔화가 주변국에서 핵심국으로 퍼지고 있다며 걱정했다.

지난해 스페인은 독일에 220억유로(316억달러)나 수출했다. 이탈리아의 독일 수출 규모는 스페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역내 최대 시장인 독일이 성장을 멈추면, 주변국의 타격이 엄청날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 올 2분기 독일의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자, 스페인의 2분기 성장률은 연율 1% 밑으로 추락했다. 이탈리아의 성장률도 연율 1%에 그쳤다.

독일 경제가 주춤한 것은,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은 물론이고 연초부터 두드러진 주요 경제권의 성장 둔화, 특히 이머징 시장의 수요 감소가 한몫했다.

독일 ERNI 일렉트로닉스의 미하엘 렌쉴러 부사장은 "회사 실적이 5월까지 매우 강했지만, 6월과 7월에는 성장이 꺾였다"며 성장 둔화의 주된 원인을 아시아로 돌렸다. 예컨대 지금까지 회사 성장의 믿을만한 원천이 아시아였는데, 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주문이 1년 전 수준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약하기 때문에, 독일의 산업계가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성장률이 높은 이머징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지금과 같은 글로벌 여건에서는 독일산 고급 자동차와 기계류를 소화할 곳이 이머징 시장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머징 시장이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6.5%로 치솟았다. 전월 6.4% 보다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최근 3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리우 밍캉 중국은행감독위원회(CBRC) 주석은 지난 17일 인민일보에서 수입 물가 압력이 여전히 높아 인플레이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적인 자본유입이 이머징 국가의 물가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징증권의 저우 쉬 애널리스트는 다우존스에서 "중국 물가가 지난 7월에 피크를 쳤다는 관측이 있지만, 리우 주석의 발언이 이러한 전망에 불확실성을 던졌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6일 1년 만기 중앙은행채권 금리를 갑작스레 끌어올리자, 세계 경제 혼란에도,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기 위해 곧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제기된다. 물론 금리 인상은 중국의 성장률을 떨어뜨려, 수입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날 모간 스탠리가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9%에서 8.7%로 낮추고, 도이체방크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9.1%에서 8.9%로 떨어뜨린 배경에도, 대외경제 환경 악화와 더불어 중국 내부의 긴축 우려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독일 경제에 있어, 유럽 남부와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사태 보다 더 큰 이슈는 중국 등 이머징 국가의 `소프트 랜딩`과 물가안정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이 유럽경제의 `기관차`라고 보면, 유럽이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역내 재정위기 극복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머징 시장의 안정적인 수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유니크레딧의 안드리아스 리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WSJ에서 지금 중요한 게 `부채 스토리`가 아니라 `중국과 이머징 스토리`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2. 2 "이선균 수갑" 예언 후 사망한 무속인…"김호중 구설수" 또 맞췄다
  3. 3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4. 4 1년에 새끼 460마리 낳는 '침입자'…독도 헤엄쳐와 득시글
  5. 5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