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시대 지났다, 파국적 엔딩에 대비하라"

머니투데이 워싱턴DC=강호병특파원  | 2011.08.18 06:59

[인터뷰]'애프터쇼크' 저자 로버트 위더머가 말하는 장기불황기 실전투자전략

↑ 애프터쇼크의 저자 로버트 위더머.
 "장기투자(바이 & 홀드) 전략이 통하던 시절은 갔다. 금을 사라. 주식은 미국서 3단계 양적완화가 나온 직후에 빠지거나 숏을 쳐라. 양적완화의 끝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물가가 우려할 정도로 들먹이면 달러, 채권은 모조리 팔아야한다. 금값은 몇년래 온스당 5000달러까지 갈 것이다."

투자전략의 바이블을 송두리째 뒤집는 전략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애프터쇼크(Aftershock)’ 저자인 로버트 & 데이비드 A. 위더머 형제가 그들이다. 2006년 '미국버블경제'라는 책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일찌감치 예언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진단한 '버블퀘이크'(연속적 버블 붕괴)는 인플레이션과 달러가치, 미국채 버블 붕괴라는 종국적 엔딩으로 치닫는다.

로버트 워더머(52)는 16일(현지시간) 머니투데이 특파원과 가진 인터뷰중 한국에 대해 "달러자산 투자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5%를 넘어 갈 경우 본격적으로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 5%, 그것은 그가 버블퀘이크의 마지막 단계인 달러 버블 붕괴의 문을 여는 다크엔젤이다.

그에게 기존의 성장은 돈의 살포에 의한 신기루일 뿐이다. 저서(애프터쇼크)에서 언급했듯 부동산· 주식· 민간여신· 민간소비의 4단계 거품이 연쇄적으로 꺼지며 가라앉은 경제에 머니프린팅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대 연명하는 꼴이다.

돈에 의존하는 성장 복원게임의 끝은 인플레이션이고 달러 붕괴다. "파국을 피하려면 돈이라는 '모르핀'을 끊고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하지만 당장 엄습할 침체의 고통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그가 예상하는 파국적 엔딩 시기도 멀지 않았다. 시장에 중독된 양적 완화(QE)들이 이어지며 1∼2년내 5%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덮친다. 2∼5년래 인플레는 10%로 치솟는다. 이를 신호로 자본의 미국 탈출이 뱅크런 일 듯 일어난다. 퀘이크중 달러, 미 국채 버블 버스트 마지막 장이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요행인 부분이 있다. 그가 올려놓은 둠스데이(최후의 날) 대안리스트에 아시아 통화, 농산물 등의 도피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인식을 가진 로버트가 운용하는 고객포트폴리오와 전략은 기존 정통펀드는 물론 헤지펀드와도 완전히 다르다. 금액은 1억5000만달러로 크지 않지만 최근 하루에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500~600포인트 급등락하는 수렁속에서도 12%라는 경이로운 수익을 냈다. 그는 형 데이비드와 함께 2008년 앱솔루트 투자자문(Absolute Investment Management)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 DC 서쪽 덜레스 국제공항 인근 헌돈(Herndon) 타운에 위치한 개인사무실을 찾아 그가 펼치는 위기관과 바뀐 시장 패러다임에 따른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보호해야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 "버블은 계속 붕괴되고 있고 경제는 회복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바이&홀드는 과거의 훌륭한 투자방법이었을 뿐, 포지션은 수시로 변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저서 애프터 쇼크 공동저자인 형 데이비드(60)가 주로 이론적 연구를 맡고 동생인 그는 시장분석과 함께 자산운용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인터뷰를 1문 1답으로 정리했다.

- 투자회사를 설립, 고객자산 운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포트폴리오 운용내역을 소개해 달라.

▶ 금 20%, 미국채권 30%, 주식 10%, S&P500지수와 정확하게 거꾸로 움직이는 리버스 ETF(상장지수펀드, 코드명 SH) 15%, 외환투자 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식은 고배당주식과 유틸러티 등 방어적 종목에 들어 있다. 외환은 스위스프랑과 캐나다달러 등을 편입하고 있다.

이중 금은 올들어 22%올랐다. 리버스 ETF는 4월말 다우지수가 1만2810으로 고점을 칠 무렵 베팅했다. 당시 값이 주당 40달러였는데 10%이상 수익을 냈다. 올들어 전체 펀드 누적수익률은 12%다.

- 감탄해마지 않는다. 어떻게 쪽집게처럼 증시가 고점에 있을때 숏을 쳤나.

▶작년처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가 끝나면 곧 경기와 증시가 가라앉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과감하게 숏을 잡았다.

작년과 올해 증시와 경제패턴이 너무 닮았다. 작년 1단계 양적완화(QE1)가 3월말 끝난 후 시장은 5~6주간 내렸다. 올해 6월말 QE2가 끝난후 역시 시장은 5~6주간 내렸다. 그 하락의 끝은 폭락이었다. 우연일까?

포인트는 돈의 살포(머니프린팅)가 끝나면 시장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말했지만 부동산·주식·민간여신·민간소비의 거품이 연쇄적으로 꺼지고 경제가 가라앉자 중앙정부가 돈을 쓰고(정부부채거품) 머니프린팅을 해서 성장세를 가까스로 유지시켜왔다. 특히 중앙은행의 돈살포는 주가 부양에 특효약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물러가면 다시 하강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약골이 돼서 그렇다. 큰 부동산 거품이 꺼진 다음 경제는 자생적 회복력을 갖지 못한다. 경기순환의 상승사이클이 그냥 없어져버린다고 보면 된다.나는 위기후 미국경기회복을 100% 가짜로 보고 있다. 돈의 힘으로 침체를 늦춘 것 뿐이다.

- 언제 QE3 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그것을 촉발할 계기가 있다면?
▶가을 정도가 유력하다. 6월말 2차를 끝낸 연준이 좀 쉬어야할 필요가 있다. 바로 시작하면 사람들을 놀래킬 수 있다. 작년처럼 최소한 몇달은 쉬고 할 가능성 많다.

계기면에서 다우지수가 1만이 붕괴되면 연준이 QE3를 들고 나올 강한 유인을 갖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 급락하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외부효과가 너무 큰 탓이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자산값 올려 소비, 고용을 떠받치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닌가.

- 당신은 버블퀘이크 끝이 달러와 미국채버블 붕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미국채권엔 왜 투자하고 있는가.


▶당장은 안전자산으로 위력이 유지되고 있어서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거듭되는 양적완화로 어마어마하게 풀려나간 달러가 몇년이내 인플레이션을 촉발, 달러와 미국채값을 수장시켜버릴 것이다.


바로 버블퀘이크의 최종단계인 달러버블과 미국채버블의 붕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5%를 넘는 시점이 시작시점으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들이 미국채권을 덜 사는 것으로 대응하다 이 포인트를 기준으로 미국채권을 던져버리고 자기나라로 철수해 버릴 것이다. 그때쯤 모든 미국채권을 정리할 것이다. 대안리스트엔 아시아 강세통화, 농산물 등을 올려놓고 있다.

- 달러버블 붕괴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설명해달라.

▶ 머니프린팅이나 정부지출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고통을 덜어주는 것일 뿐이다. 이점에선 유럽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모양은 지난 2년과 별로 다르지 않다. QE3 나와서 주가 올랐다가 QE3 끝나면 다시 주가 내려가고.. 그 다음 또 QE4, QE5가 연쇄적으로 나올 것이다. 1년에 한번씩 QE를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듭될 수록 시장이나 경제가 예전처럼 좋아지기 힘들어진다. 약물중독처럼 약발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단기적 고통이 싫어서 자꾸 돈을 뿌릴 것이다. 2007년만 해도 몇천억달러만 공급하면 됐는데 지금은 조단위 달러가 공급되고 있다. 결국 결과는 인플레이션이다.

- 그때가 언제쯤으로 보는가
▶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다. 5% 인플레이션은 1~2년, 10% 인플레이션은 2~5년래 생길 것으로 본다. 무엇이든 5년이내는 확실히 들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처음엔 미국자산을 덜 사는 식으로 대응하다 인플레이션이 5%를 넘기는 시점을 기준으로 외국계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질 것이다.

그간 세계투자자는 미국에 돈을 투자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미국이 잘나라갈때는 더욱 그랬다. 그것이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달러가치를 유지시켜준 근간이다.

그러나 10%의 인플레이션이 들이닥친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달러가 더이상 필요없어. 집으로 돌아 갈거야"라고 말할 거다. 물론 본국이 최선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것보다는 안전할 것이다.

-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하나. 당장 시장에서 나가야하나? 당신은 책에서 주식 부동산은 손도 대지 마라고 했다.

▶꼭그렇지 않다. 시간을 두고 철수전략을 구사해야한다. 그러나 꼭 지금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주식의 경우 지금 보다 QE3가 나온뒤 나가는 것이 좋다. 어쩌면 내년초에 나가야할 수 있다.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너무 잴 필요는 없다.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현재 미국채권은 좋은 위험 도피처다. 적어도 인플레이션이 발발해 가치를 훼손하기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내년이라도 발발하면 채권에서 도망가야 한다.

금은 아주 좋다. 생각해봐라. 저금리에 주식시장 혼선에, 유럽 부채문제에.. 오를 환경이 좋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달러가 붕괴되면? 증시가 깨지면?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금은 기세를 더할 것이다.

- 금은 얼마까지 갈 수 있다고 보나.
▶온스당 5000달러 이상 갈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인플레이션노래를 부르고 있다 . 저축예금해 봤자 실질금리가 제로다. 집을 살 엄두가 안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중국인은 재산을 금에다 담아두고자 하는 것이다.

- 그럼 파국을 피할 최후의 대책은 없는가.

▶고통없이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게 문제다. 지출을 줄이고 돈을 찍는 일도 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그러면 경제와 증시가 내려앉는다. 그런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느냐. 회의적이다. 사람들은 돈을 찍어서라도 버블이 지속됐으면 한다.

미국인들 고통을 감수하기 싫어한다. 이번에 워싱턴서 타협 끝에 10년래 2조달러 정도 재정적자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에 줄어드는 재정 지출은 210억달러에 불과하다. 여전히 1.2조달러는 빌려야한다. 결국 다음 정부 일로 미뤄놓은 것이다.

- 한국의 대미투자를 조언한다면?
▶고작 2조달러 세수에 14조달러나 되는 정부빚을 지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차이가 달러살포이고 인플레이션 코스트다. 한국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5%를 넘어 갈 경우 달러자산 투자에 정말 조심해야한다. 미국 익스포저를 본격적으로 줄여야하는 시기다.

외국인 미국철수는 은행 뱅크런과 비슷할 거다. 처음엔 매우 느리다 급작스럽게 런이 일어날 것이다. 한국의 대미투자는 언젠가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앱솔루트 투자자문(Absolute Investment Management)은
'애프터 쇼크' 저자 로버트 & 데이비드 위더머 형제가 2008년 설립한 투자회사다. 펀드는 아니며 고객 개별구좌로 돈을 수탁받아 운용한다. 외국인도 투자가 가능하다. 회사 소재지는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스다로 돼 있다. 홈페이지(www.absolute-im.com)에 간단한 소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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