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凡현대재단, 진정성을 얻으려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1.08.16 16:38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나눔재단 설립을 놓고 반응이 엇갈린다. '순수한 의도'라는 측과 '정치적 의도'라는 시선이 엇갈린다. 부정적 시선을 벗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외국의 사례를 보자.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1994년 아내인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독점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츠가 자선재단을 설립하자 "반독점법 위반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게이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17년 동안 게이츠는 △말라리아 퇴치 △후진국 교육·보건 인프라 구축 △미국 슬럼가 개발 △기후변화 대책 △차세대 화장실 개발 등 다양한 공익사업 프로젝트를 묵묵히 수행했다. 지금 와서 게이츠의 자선재단 설립이 반독점 관련 여론 무마용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6일 오전 서울 원서동 현대문화센터 강당은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범(凡) 현대가의 5000억원 규모 아산나눔재단 설립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9명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동생, 조카들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11개 범(凡) 현대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인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정신을 계승해 청년들의 창업 정신을 고양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창업 도전에 나선 청년들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 아산나눔재단의 설립 취지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장 기자들의 관심은 정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쏠려있었다.

정 위원장의 설립취지문 낭독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는 "정 전 대표의 출연 규모가 2000억원으로 가장 큰 데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정 전 대표와 범 현대 일가 입장에서는 설립 취지와 무관한 사안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데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는 10년 만에 범 현대가의 결집이 이뤄진 배경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아산나눔재단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처럼 진정성을 갖고 묵묵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해나간다면 언론의 이 같은 의구심은 자연스레 누그러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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