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권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사의 전문약 뿐 아니라 일반약까지 판매 대행에 나섬에 따라,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사의 도매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 12일 바이오엘코리아와 아스피린 등 일반약 8개 제품에 대한 영업과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동아제약은 바이엘의 심혈관계질환 예방약 '아스피린 프로텍트', 경구용 피임제 '마이보라' 비타민제 '베로카'등의 국내 영업과 유통을 담당한다.
동아제약 이외에도 대웅제약이 베링거인겔하임과, 유한양행이 UCB제약과, 동화약품이 노바티스와 일반약 판매 제휴를 맺고 있다.
이 같은 제휴가 늘어나는 것은 매출 늘리기가 절실한 국내 제약사와 약국 영업망이 취약한 다국적사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다국적사는 전문약과는 달리 일반약은 별도의 영업조직을 갖추지 않고 도매상을 통해 단순판매만 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병원 위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약국에 대한 영업망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약국에 대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다국적사는 국내 제약사의 영업력을 이용해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다"며 "전문약에 이어 일반약 시장까지도 국내사가 다국적사의 도매상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별도의 투자 없이도 다국적사의 일반약을 대신 팔아 부수적인 매출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바이엘과의 제휴로 연간 매출이 2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머지 제약사들도 다국적사의 일반약 판매 대행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약의 판매제휴는 국내 제약산업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전문약 개발의 기초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일반약 개발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약의 경우 국내 제약사가 경쟁력 있는 신약을 배출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다국적사의 판권을 들여와 이를 파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평가다.
반면 일반약은 전문약에 비해 신약 개발이 어렵지 않다. 국내 제약사들도 경쟁력 있는 일반약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명도가 높은 다국적사의 일반약의 판매를 대행하는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사 한 영업담당 임원은 "일반약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이미 잘 알려진 다국적사의 의약품에 대한 영업을 대신하는 편이 비용도 적게 들고 매출을 올리기도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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