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했다하면 '불발'…의사들의 증시 잔혹사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11.08.15 13:06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존경받는 의사(醫師)들도 주식시장을 치료하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최근 수년간 의사들의 증시 '잔혹사(殘酷史)'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의사들이 힘을 합쳐 제약사를 M&A하려던 시도가 불발됐습니다.

지난 6월 중견 제약회사인 우리들제약을 인수키로 했던 의사들의 모임 닥터홀딩스는 잔금을 내지 못해 인수에 실패했습니다. 특별한 채권계약이 없는 한 닥터홀딩스가 지급했던 계약금 10억원은 최대주주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과 아내인 김수경 우리들병원그룹 회장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2009년말 우리들제약은 지난해 중순부터 시장에 '단골 M&A'매물로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박준영씨에게 매각했다고 공시했지만 20일만에 무산됐고, 삼미산업 대표를 지낸 박우헌씨 외 1인 등 개인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고 밝혔지만 역시 불발됐습니다.

올해 초에는 강문석 수석무역 및 디지털오션 대표가 새로운 인수자로 등장했습니다. 강 대표는 이후 디지털오션으로 인수자를 변경하며 개인 돈 대신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오션도 인수대금 178억원을 대지 못해 '닥터홀딩스'라는 의사들의 모임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인수를 진행했습니다.

닥터홀딩스는 병·의원을 운용하는 100여 곳의 원장들이 제약사 인수 등을 위해 모인 투자회사. 디지털오션이 68억원을 대고 닥터홀딩스가 112억원을 대는 구조였습니다.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를 집중적으로 단속하자 병원들이 직접 제약회사를 인수, 수익을 늘리려고 한 겁니다.

닥터홀딩스는 우리들제약 주도권을 갖고 인수한다며 계약금 10억원을 냈고, 지난 6월 30일에 중도금 30억원, 7월 22일에 잔금 72억원을 입금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주들을 1000명까지 늘려간다던 닥터홀딩스는 중도금 30억원도 주지 못했고, 진흥저축은행에 예치키로 했던 잔금 72억원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의사들의 M&A 잔혹사는 이 뿐 만이 아닙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단순투자'에서부터, 기업의 문제점을 수술하는 '경영참여', 기업을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우회상장'과 '인수합병(M&A)'까지 활발히 진행했고, 이 같은 의사들의 손길은 ‘희망’으로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정성일 탑성형외과 원장 겸 예치과 성형외과 원장은 2008년초 적자를 기록 중이던 유진데이타에 투자한 뒤 장기간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 원장은 일부 주주들과 뜻을 합쳐 의결권을 14%넘게 확보한 뒤 유진데이타에 병원경영지원회사(MSO)사업을 접목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진데이타는 2009년 6월 경영권을 6개 학원이 연합한 인큐에쿼티매니지먼트에 팔았고, 한 때 최대주주에도 올랐던 정 원장은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꿔야했습니다. 유진데이타는 이후 경영권과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었고 2010년말에는 한 경제신문사에서 인수했습니다.

치과의사들의 모임도 M&A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민병진 서울치과병원원장은 치과의사들이 만든 치과용 임플란트 업체 바이오칸을 설립했고, 바이오칸은 코스닥 회사인 덱트론을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덱트론은 메디에스앤피, 트리니티 등으로 이름과 경영권이 수차례 바뀌었고, 결국 매출부풀리기 의혹, 횡령 등에 휘말리다 2009년 상반기 상장이 폐지됐습니다.

M&A는 아니지만 그랜드백화점에 투자해 장기로 주식을 보유하던 황성식 미소드림치과 원장도 지난달 장내외에서 일부 주식을 팔았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1만5000원선에서 매집하던 황 원장은 직접 소액주주 운동의 대표로 나서며 2009년말 강서 그랜드 아이파크 사업 매입 안건을 부결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랜드백화점은 재무구조와 경영권 불안 등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황 원장도 큰 손실을 보고 팔아야했습니다.

물론 의사들이 모두 증시입성에 실패한 건 아닙니다. 원주기독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맡고 있는 김현수 에프씨비투웰브 대표이사는 줄기세포치료제를 발표하며 승승장구하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로이에서 사명을 바꾼 에프씨비투웰브도 모회사였던 코어비트가 횡령배임 등으로 상장폐지되고, 검찰수사를 받는 등 큰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의사가 제병 못 고친다'라는 속담처럼, 사회에서 존경받는 의사들이라고 주식시장 M&A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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