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 D램 가격급락에 흔들리지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1.08.12 17:10
지난 11일 밤 10시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 10여명의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눈에 띄는 인사가 있었다. 그는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사진)이었다.

전 사장은 외국인 바이어들을 배웅한 뒤 환한 표정으로 함께 있던 사업부 직원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오후 D램 고정거래가격이 급락했다는 발표가 나온 터. 하지만 그에게서 걱정스런 눈빛도 찾을 수 없었다.

전 사장은 '대리나 과장'급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외국 바이어들에게 아주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을 한 그들이 '역시 대단하다'고 격려하는 손짓으로 읽혔다. 이들 바이어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A사의 구매 담당자들로, 표정도 협상에 만족한 듯 밝았다.

최근 D램 시장이 가격으로 보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으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나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D램 업체들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본의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 대만의 난야, 윈본드 등을 앞선 덕분이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 D램 시장점유율은 41.4%로 전분기 39.8%에서 1.6%포인트 높아졌다. 하이닉스는 22.8%, 엘피다 14.4%, 마이크론 10.8%, 난야는 4.7%로 D램 시장은 '1강(삼성전자)·3중(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 체제를 굳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D램 가격 급락은 후발 업체들에게 위기이지만, 선발업체들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호기다. 최근 PC용 D램 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 D램 제품인 DDR3 1Gb 128Mx8 1066MHz의 8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이 11일 0.61달러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였던 7월 후반기 0.75달러에 비해 한달 사이에 18.7% 떨어진 것이다. 후발 업체들의 제품 원가가 1~1.2달러 선인 것을 감안하면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된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견딜 만하다. 삼성전자의 주력제품 원가는 0.6~0.7달러 수준이며, 하이닉스는 0.7~0.8달러 정도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괜찮고', 하이닉스는 '견딜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후발주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PC용 범용 D램과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D램(모바일용 D램, 서버용 D램, 그래픽용 D램, 가전용 D램)의 비중이 60~70%로 높아 수익구조가 탄탄하다. 프리미엄 D램은 범용 D램에 비해 가격이 아직 2~3배 높다. 따라서 PC용 D램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이 이를 받혀주는 구조로 일본이나 미국, 대만 업체들과는 차이가 난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 흑자를 기록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PC용 D램 수요가 감소할 경우 해외 바이어들은 마이너 공급업체의 물량부터 줄이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 수요 감소에 대한 영향이 국내 업체에게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전 사장이 협상을 끝낸 해외 바이어들을 환송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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