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유동성 연말까지 괜찮지만…"

머니투데이 오상헌 배규민 전예진 기자 | 2011.08.12 16:45

은행 임원들 1주일간 당국.내부회의만 10여차례..실물 위축 여파 주목

# 미국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미국 국채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일 오전. A시중은행 자금 담당 임원인 B부행장은 주말 개인 일정을 소화하다 긴급히 본점으로 출근했다. 자금 담당 실무진들에게도 출근을 지시했다.

곧바로 긴급회의가 열렸다. B부행장은 실무진들에게 일단 외화 유동성 현황 확인을 주문했다. 국내 증시와 외환·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에 가져올 충격과 영향도 점검했다. 남유럽 위기에 이어 미국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 경기에 미칠 파급 효과도 논의 대상이었다.

'미국 쇼크' 이후 첫 영업일인 8일 오전. 국내 금융시장이 예상대로 미국발 후폭풍에 직격탄을 맞고 대혼란에 빠졌다. 증시는 폭락했고 환율은 급등했다. 은행장 주재 비상경영회의가 소집됐다.

은행장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은행 자금 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가장 보수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실무진들은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비상외화공급원 확보에 나섰다. 이전부터 준비했던 '커미티드 라인'(마이너스대출 성격의 금융회사 간 단기 외화차입선) 확보가 급선무였다.

B부행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지난 1주일 동안 행내 회의와 금융당국 주재 은행 자금 담당 임원회의에 십 수차례 참석했다"며 "매일 아침 외화 유동성 상황을 점검하고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에게 일별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린 지난 1주일. 국내 은행들은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터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주는 충격은 더 컸다.

그마나 위안인 것은 이번 금융시장 불안은 3년 전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대형 금융회사들의 줄도산으로 인한 금융 부문의 '신용경색', '디레버리징'(유동성 축소)이 국내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실물' 위축 우려가 위기의 원인이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도 덜하다는 뜻이다. 혼란에 빠진 국내 증시와 달리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상황도 크게 개선됐다. 단기 차입 중심의 외화 조달 구조가 중장기 차입선 확대로 개선됐다. 은행별로 10억~20억달러 가량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C시중은행 자금 담당 부행장은 "미국과 유럽발 악재가 지금보다 더욱 악화되더라도 올해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워놨다"고 했다.

문제는 위기의 증폭 가능성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굳건한 신뢰를 보내지 못 하는 것도 이번 위기의 진행 상황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커미티드 라인 추가 확보와 함께 외화 차입 다변화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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