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밤을 빛으로 수놓은 '클래식 향연'

머니투데이 평창=이언주 기자 | 2011.08.08 14:56

[리뷰]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 연주가 시리즈'

↑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8월6일 저녁 손열음(피아노), 천-웬 황(바이올린), 고봉인(첼로)이 함께 연주하고 있다. ⓒ커뮤니크
권혁주, 손열음, 천-웬 황 등 떠오르는 젊은 연주자와 리차드 스톨츠만과 같은 정상급 연주자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관령의 밤을 멋진 무대로 수놓았다.

지난 6일 저녁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모여 연주하는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하이라이트 '저명 연주가 시리즈' 음악회가 열렸다.

첫 무대는 손열음(피아노), 천-웬 황(바이올린), 고봉인(첼로)이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E플랫 장조'로 문을 열었다. 세 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젊은 연주자들 특유의 경쾌함과 열정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차분하고 다소 구슬픈 느낌의 2악장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피아노의 영롱한 울림이 돋보였고, 천-웬 황의 바이올린은 음색이 깊고 정확했다.

고봉인의 첼로는 연주전반의 무게를 잡아주며 열정적인 보잉(현악기의 활주법)을 선보였다. 세 악기의 조화로움은 마치 우애 깊은 3남매의 연주처럼 편안했고, 이따금씩 눈짓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연주를 즐기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진정한 음악축제를 실감케 했다.

↑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8월6일 저녁 권혁주(바이올린), 리차드 스톨츠만(클라리넷), 피아노(세실 리카드)가 연주하고 있다. ⓒ커뮤니크
두 번째 곡은 젊은 비루투오소 권혁주가 행진하듯 힘차게 바이올린으로 도입부를 열었고, 클라리넷(리차드 스톨츠만)과 피아노(세실 리카드)가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헝가리 태생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의 '콘트라스트 BB 116'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스톨츠만의 화려하고 정열적인 클라리넷 연주가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 했다. 그는 69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순수한 음악성과 독특한 연주기법으로 클라리넷의 가능성을 열어준, 현존하는 클라리넷 연주가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한 사람이다.


권혁주와 스톨츠만은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스릴러 영화 속에 나올법한 선율이 길이와 강약을 달리하며 긴장감 있게 흘렀고, 특유의 불협화음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듯한 묘한 음색은 3악장으로 갈수록 궁금증을 자극했다. 특히 클라리넷은 두 대를 바꿔가며 음조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피아노는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의 움직임과는 반대되는 느낌으로 연주되는 등 화려하면서도 이색적인 연주 기량을 뽐냈다.

↑ 제8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8월6일 저녁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가 연주됐다. ⓒ커뮤니크
마지막 무대는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C장조'로 진중하면서도 고혹적인 연주가 펼쳐졌다. 두 대의 바이올린(조안 권, 조엘 스미어노프)과 첼로(루이스 클라렛, 카리네 게오르기안), 비올라(토비 애플) 한 대가 무대를 한층 더 목가적인 느낌으로 채웠다. 다섯 명의 연주자에게 동등한 비중을 부여해 진정한 실내악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곡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가운데 활기찬 리듬과 박자로 풍부하고 화려한 현악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날 600여명의 관객으로 가득 찬 콘서트홀은 '빛이 되어'라는 이번 축제의 주제처럼 연주자들과 함께 주옥같은 곡들이 다시금 보석처럼 빛났다. 각기 다른 보석이 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엮여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의 프로그램을 짜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균형(밸런스)'인데, 단 하루만 와서 연주를 보더라도 좋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며 "좀처럼 모시기 힘든 리차드 스톨츠만 같은 연주자까지 함께 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모든 연주를 마칠 때마다가 객석은 '브라보'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연주자들은 2~3차례씩 커튼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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