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망연자실 "팔지도 못하겠네"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 2011.08.05 10:03

증권사 영업점, 아침부터 투자자 문의에 분주…"가이던스도 어려운 상황"

사흘째 계속되는 증시 폭락에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오늘은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손절매 타이밍마저 놓친 투자자들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손절도 못한다" vs "저가매수 기회"

5일 코스피, 코스닥시장 모두 급락세로 출발했다. 이틀 동안 100포인트 가량 빠진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또 다시 4% 이상 하락하며 20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 역시 어렵게 지켜온 500선이 일순간에 허물어졌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상위 400개 종목 가운데 단 2개만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 더블딥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부각으로 국내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극도로 침체돼 있다.

지난 3, 4일 이틀간 코스피가 100포인트 가량 하락한 상황에서 미국발 악재에 따른 일시적 충격정도로 여겼던 투자자들은 손절매 시기마저 놓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코스피 종목에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우량주는 괜찮겠다 싶어 급락장에서도 주식을 팔지 않았는데, 연일 증시가 폭락하면서 결국 손절매 타이밍마저 놓쳤다"며 "이정도 되면 그냥 가져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부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저가매수 기회를 엿보기도 하고 있다. 국내가 아닌 미국, 유럽 등 대외 악재로 증시가 급락한 만큼 지금이 싼 가격에 우량주를 보유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한 것.

김남수 미래에셋증권 영업부 차장은 "지난 저녁 미국 시장 급락으로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매수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팔아야 하느냐는 문의 보단 저가 매수를 하는 게 괜찮겠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코스피 2천선이 붕괴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한 직원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영업점 직원, 반은 '욕', 반은 '낮술' 분위기
연일 계속되는 증시 폭락에 증권사 영업지점 전화기도 불통이 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 등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사 영업지점 직원들은 "투매를 자제하라"는 말 외에 이렇다 할 조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 한 영업점 관계자는 "개장과 동시에 증시가 폭락을 하다보니 영업점 자체적으로 투자자 대응방안도 수립해 놓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렇다 할 가이던스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한 영업점 관계자는 "개장 초 동시 호가를 보고 여기저기서 욕설이 나왔다"며 "일부 직원은 낮술 먹는 분위기라며 체념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주식 뿐만 아니라 중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 투자자들의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송정환 현대증권 부띠크모나코지점 차장은 "주식 뿐만 아니라 펀드투자자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나 외부변수 등을 고려할 때 현금확보와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향후 전략에 고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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