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낙관-비관의 치열한 공방..거래량 폭증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11.08.04 08:26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와 함께 극적인 상승 반전이었다. 뉴욕 증시는 3일(현지시간) 개장 직후 쭉 미끄러지다 오전 11시에 바닥을 치고 반등,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한 때 166포인트까지 급락하다 30포인트 상승 마감했으니 하루에 200포인트가 움직인 것이다.

일각에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저가 매수를 촉발시켰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후 늦게 증시를 조금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을 뿐 오전 11시에 있었던 반전의 계기는 아니었다.

FRB 부의장을 지낸 도널드 콘이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QE3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소식은 장 마감이 가까울 때 전해졌다.

따라서 이날 반전의 일차적인 원인은 단기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해석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처럼 결정적이고 분명한 악재가 돌출한 것도 아닌데 다우지수가 그 때처럼 8일 연속 하락세에 이어 9일째 약세를 이어간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는 판단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우지수가 이날까지 하락해 9일째 약세를 지속했다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했던 1978년 이후 최장기이다. S&P500 지수의 10일 고점 대비 이날 오전 11시 무렵 장중 저점까지 하락률은 8%가 넘는다.

비리니이 어소시에이츠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예일 루빈은 이날 개장 전 보고서에서 "시장은 지금 과매도 상태"라며 "S&P500 지수가 전날(2일)까지 7거래일간 거의 7%급락했는데 이는 심하다"고 밝혔다.

이날 3대 지수의 차트가 하락세를 멈추고 위로 꺾인 오전 11시까지 시장에 전해진 재료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이었다. 경제지표 가운데 ADP의 7월 민간고용 동향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민간부문에서 취업자수가 11만4000명 늘어 전문가 예상치 1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달 14만5000명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개장 전에 이 소식이 전해졌지만 증시는 하락 개장했다.

평소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요즘 워낙 기업들의 해고가 많은 탓에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의 감원 동향도 주목을 받았다. 7월 계획된 감원 규모는 4만1432명으로 16개월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서비스지수는 52.7로 예상치 53.7을 밑돌았고 6월 공장 주문은 0.8% 감소했다. 이는 예상치 1% 감소보다는 나은 것이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예상치와 비교할 때 혼조였지만 일제히 지난달보다 악화됐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웨드부시 모간증권의 마이클 제임스는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는 대부분 기대 이하"라며 "이런 부진한 지표가 워싱턴의 채무한도 협상보다 증시 급락의 더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기업 실적은 경제지표와 달리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은 16개였으며 이 가운데 11개 기업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다. 나머지 5개 기업 중 한 기업은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했고 4개 기업은 미달했다.


지금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384개 중에서 274개가 예상을 웃돌았고 33개는 예상에 부합했으며 77개만이 미달했다.

웰스파고 자문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스튜어트 프리먼은 "추가 하락할 수도 있었지만 사상 최고 수준으로 좋은 기업 실적이 나온데다 주식은 현재 채권보다 매우 싸졌다"며 이날 저가 매수세의 등장 원인을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복합돼 증시는 한 때 1% 넘게 떨어지다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시작했다. 기술적으로는 2010년 7월부터 올 5월까지 상승폭에서 38%의 되돌림 수준을 지지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브리핑닷컴은 38% 되돌림 구간이 지지되면서 저가 매수가 시작됐다고 봤다.

ICAP주식의 이사인 케니 폴카리는 "S&P500 지수가 가장 최근의 지지선인 1249선을 지키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표현했다.

반등은 기술주가 주도했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0.9% 올라 다우지수 0.2%, S&P500 지수 0.5%보다 상승률이 더 높았다. 기술업종 지수의 상승률은 1.2%에 달했다.

이날 거래량 폭증도 주목할만하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거래량 자체가 늘기도 했지만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NYXE 아멕스의 거래량은 57억3000만주로 일본 대지진 직후인 지난 3월16일 이후 최대였다. 이는 올들어 일평균 거래량 41억2000만주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나스닥시장 거래량도 26억주로 지난 6월24일 이후 최대였다. 그만큼 저가 매수세와 비관론자의 매매공방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장 마감 직전엔 WSJ를 통해 FRB 전 이사들이 QE3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록웰 글로벌 캐피탈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피터 카딜로는 "추가 경기부양책, 아마도 QE3가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베팅하는 투자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반등은 기술적이며 따라서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팀 애셋 스트래터지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임스 데일리는 "우리는 이미 침체장 심리를 갖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는 확고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유럽 증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위기 확산 우려가 계속되며 하락, 11개월래 최저점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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